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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대회 이벤트

마라톤 대회 신청부터 완주까지 — 초보가 알아야 할 것들

by 바다011 2026. 6. 24.
🏅 대회 경험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보인 것들

📅 2026년 6월 ⏱ 읽는 시간 약 11분 🏷 대회 · 완주 · 준비

달리기를 시작하고 석 달쯤 됐을 때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10km 부문이었다. 주변에서 "거리가 얼마야?" "10km면 마라톤 아니잖아" 같은 말을 듣기도 했는데, 그런 소리는 그냥 흘렸다. 처음 뛰어보는 공식 대회였고, 완주 메달이 걸려 있었고, 무엇보다 신청하는 순간 약속이 생기는 느낌이 좋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주했다. 기록은 1시간 4분이었다. 처음치고 나쁘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솔직히 기록보다 완주 자체가 좋았다. 그리고 준비 과정에서 몰라서 실수한 것들이 꽤 있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마라톤을 처음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써보려 한다.

마라톤 대회 신청부터 완주까지
마라톤 대회 신청부터 완주까지
10km
첫 대회 부문
(입문자 추천 거리)
1:04'
완주 기록
(개인 목표 1:10)
8
신청 후 대회까지
훈련 기간

1단계 — 대회 신청: 생각보다 복잡하다

처음 대회를 신청할 때 뭘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몰랐다. 검색하면 대회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지역별, 시기별, 규모별, 부문별. 처음에는 '아무거나 신청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선택 기준이 꽤 중요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건 대회 규모다. 대형 대회일수록 마감이 빠르다. 서울마라톤 같은 경우 수만 명이 참가하는데, 신청 시작하자마자 마감되는 일이 흔하다. 첫 대회라면 지역 소규모 대회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다. 그리고 초보일수록 도심형 평지 코스를 고르는 게 낫다. 산악 코스나 경사 있는 코스는 완주 자체가 어려워진다.

ℹ 대회 신청 전 확인해야 할 것들 부문 선택 — 5km, 10km, 하프(21.0975km), 풀(42.195km). 초보는 10km 부문 권장.
코스 — 평지 중심인지, 오르막 구간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
신청 마감일 — 인기 대회는 빠르게 마감. 목표 대회 3~6개월 전에 공지 체크 필요.
참가비 — 보통 10km 기준 2~5만 원. 완주 메달·기념품 포함 여부 대회마다 다름.
교통 접근성 — 당일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해야 하므로 대중교통 경로 미리 확인.

나는 첫 대회로 동네 인근에서 열리는 시민 마라톤을 골랐다. 참가비 3만 원, 10km 부문, 완주 메달 있음. 대형 대회가 아니라 분위기가 조용할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수천 명이 와 있었다. 소규모라도 대회는 대회였다.

2단계 — 훈련 계획: 8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신청하고 나서 8주가 남았다. 당시 내 상태는 5km를 30~35분에 달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10km를 완주하려면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검색하고, 다른 러너들의 경험을 읽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원칙은 세 가지였다. 주간 거리를 10% 이상 갑자기 늘리지 않는다. 완전 휴식일을 주 2일 이상 지킨다. 부상이 오면 멈춘다.

주차 주간 목표 장거리 달리기 강도
1주차 현재 체력 파악. 무리 금지. 5km (편한 페이스) 가볍게
2주차 주 3회 달리기 루틴 정착 6km 가볍게
3주차 인터벌 훈련 1회 추가 7km 보통
4주차 장거리 감각 키우기 8km 보통
5주차 10km 첫 완주 테스트 10km (목표 페이스보다 느리게) 보통
6주차 페이스 조절 감각 훈련 9km (대회 목표 페이스로) 강하게
7주차 테이퍼링 시작 — 거리 줄이기 6km (가볍게) 가볍게
8주차 대회 직전 주 — 충분한 휴식 3km (몸 풀기만) 휴식 위주
⚠ 테이퍼링이란 대회 1~2주 전에 훈련량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을 테이퍼링이라고 한다.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다. 대회가 다가오는데 오히려 덜 달리는 게 불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기간이 중요하다. 쌓인 피로를 회복하고 근육을 회복시켜 대회 당일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테이퍼링 없이 대회 전날까지 훈련하면 당일 다리가 묵직한 상태로 출발하게 된다.

3단계 — 대회 전날: 준비물 챙기기

대회 전날이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다. 새 장비를 대회 당일에 처음 쓰는 건 절대 피해야 한다는 걸 이때 배웠다. 새 신발, 새 양말, 새 러닝복 모두 마찬가지다. 마찰, 압박, 불편함이 달리는 도중 문제가 되는지 미리 훈련에서 테스트해둬야 한다.

전날 밤 챙겨두기
 
번호표 (대회 전 수령 또는 당일 수령 확인)
 
러닝화 (훈련에서 충분히 길들인 것)
 
러닝 양말 (면 소재 금지)
 
러닝복 상하의 (평소 훈련에서 입던 것)
 
러닝 시계 또는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 (긴 거리 달릴 경우)
당일 아침 챙기기
 
출발 2~3시간 전 가벼운 식사
 
물 또는 스포츠 음료 (현장 보급 확인)
 
에너지젤 (하프 이상이면 필수, 10km도 한 개 권장)
 
선크림 (야외 대회 필수)
 
짐 보관용 가방 (현장 짐 보관소 이용)
 
신분증 또는 참가 확인서
🚨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 새 장비 처음 쓰기 대회 당일 새 러닝화를 처음 신는 건 가장 흔한 초보 실수 중 하나다. 러닝화는 발에 길들여지는 데 수십 km가 걸린다. 새 신발로 대회를 뛰면 발뒤꿈치 까짐, 발가락 압박, 물집이 생길 수 있다. 러닝복도 마찬가지다. 솔기가 어디에 닿는지, 달릴 때 쓸리는 곳이 없는지 미리 훈련에서 확인해야 한다.

4단계 — 대회 당일: 처음 겪은 것들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규모였다. 소규모 대회라고 했는데 이미 수천 명이 와 있었다. 번호표를 달고, 짐을 맡기고, 스타트 라인 근처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미리 화장실 위치를 파악해두지 않았다가 줄을 15분 서야 했다. 출발 시간이 촉박해서 웜업을 제대로 못 했다.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의 느낌은 설명하기 어렵다. 주변이 온통 러너들이었다. 맨 앞은 엘리트급 선수들이고, 초보인 나 같은 사람들은 뒤쪽에 섰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나서 실제로 내가 달리기 시작하기까지 2~3분이 걸렸다. 앞에 사람이 많아서 바로 달릴 수가 없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달리기가 아니라 축제에 참가하는 느낌이었다. 내 앞뒤로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게 혼자 달릴 때와 완전히 달랐다. — 대회 당일 저녁에 쓴 메모

달리는 동안 실제로 어떤 감정이었나

0~1km
 
흥분 — 페이스 너무 빠르게 출발
😤
1~3km
 
안정 — 페이스 조절 시작
😌
3~5km
 
몰입 — 주변 소음 사라짐
🙂
5~7km
 
고비 — 다리 무겁고 멈추고 싶음
😣
7~9km
 
버팀 — 응원 소리에 페이스 회복
😤
9~완주
 
전력 — 결승선 보이자 스퍼트
😄

5~7km 구간이 가장 힘들었다. 흥분이 가라앉고 몸의 피로가 올라오는 시점인데, 아직 절반도 안 지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멘탈이 흔들렸다. 이 구간을 버티는 방법은 페이스를 억지로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살짝 낮추고 호흡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7km를 넘어서면서 몸이 다시 리듬을 찾았다.

1:04'13"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결승선 리본이 보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속도가 올라갔다. 마지막 200m는 거의 전력 질주였다.
통과하고 나서 멈추자마자 다리가 풀렸다. 자원봉사자가 메달을 걸어줬다. 그 무게가 생각보다 묵직했다.
완주 메달을 받고 나서 10초 정도 멍하게 서 있었다. 울지는 않았는데, 울 뻔했다.

내가 한 실수들 — 다음 대회에서 고친 것들

1
초반 페이스를 너무 빠르게 잡았다
스타트 분위기에 흥분해서 처음 1km를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달렸다. 결과적으로 5km 구간에서 그 빚을 갚아야 했다. 초보일수록 초반 1~2km는 반드시 목표보다 느리게 달려야 한다. 페이스를 올리는 건 후반에도 할 수 있다.
2
웜업을 못 했다
화장실 줄 서느라 출발 전 웜업 시간이 없었다. 첫 1~2km가 워낙 힘들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웜업 부재도 이유 중 하나였다. 다음 대회에서는 화장실을 출발 40분 전에 해결하고 10분 이상 동적 스트레칭을 했다.
3
급수대에서 물을 흘렸다
달리면서 물컵을 받아 마시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첫 대회에서 물컵을 받자마자 절반을 얼굴에 쏟았다. 급수대 훈련이라는 걸 미리 해두는 러너들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컵 위를 살짝 접어서 마시면 덜 흘린다.
4
완주 직후 너무 빨리 앉았다
결승선 통과 후 다리가 풀려서 바로 앉았다. 이후 다리가 굳어서 30분간 불편했다. 달리고 나서는 바로 앉거나 멈추는 게 아니라 5~10분 천천히 걷는 쿨다운이 필요하다. 급격히 멈추면 혈액 순환이 갑자기 느려지면서 어지러움이 올 수도 있다.

대회에서 실제로 유용했던 장비

GPS 러닝 워치
페이스와 현재 거리를 실시간으로 보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스마트폰 앱도 되지만 손목에서 바로 확인하는 것과 다르다.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중저가 모델도 충분히 기능한다.
🧴
바디 글라이드 (마찰 방지)
달리는 동안 피부끼리 또는 옷과 피부 사이 마찰로 쓸림이 생긴다. 허벅지 안쪽, 겨드랑이, 유두 주변이 대표적인 부위다. 마찰 방지 크림이나 스틱 타입 제품을 미리 바르면 10km 이후 쓸림 방지에 효과적이다.
🍬
에너지젤
10km 대회에서는 필수는 아니지만 5km 전후에 한 개 섭취하면 후반 페이스 유지에 도움이 된다. 처음 쓰는 제품은 대회 당일보다 훈련 때 미리 테스트해야 한다. 맞지 않는 제품은 배탈이 나기도 한다.
🧦
압박 종아리 슬리브
선택적 장비이지만 장거리 달리기에서 종아리 피로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경험이 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훈련에서 먼저 착용해보고 맞으면 대회에서도 사용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 초보 러너 대회 전 최종 점검 — 딱 세 가지 첫째, 대회 당일 아침 식사는 출발 2~3시간 전, 소화하기 쉬운 것으로 (밥, 바나나, 토스트 정도). 기름진 음식은 피한다.
둘째, 초반 1km 페이스는 목표보다 반드시 느리게. 흥분해서 빠르게 나가면 후반이 무너진다.
셋째, 결승선 통과 후 바로 멈추지 말고 5~10분 걸으면서 쿨다운. 메달 받고 바로 앉는 건 나처럼 다리 굳을 각오를 해야 한다.

완주 메달을 받고 든 생각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짐을 찾아서 돌아오는 길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허무하다는 게 아니라, 이게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기분이었다. 신청 버튼을 누른 날부터 8주를 달렸고, 대회 당일도 달렸고, 이제 끝났는데 뭔가 더 하고 싶은 느낌이 남았다.

집에 와서 메달을 책상 위에 뒀다. 며칠 동안 자꾸 눈이 갔다. 그 메달이 다음 대회를 신청하게 만든 이유였다. 한 달 뒤에 하프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그게 맞는 선택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첫 대회 완주가 없었으면 그 신청도 없었을 것이다.

처음 마라톤 대회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일단 신청부터 해보길 권한다. 신청하는 순간 훈련의 이유가 생긴다. 그 이유가 생기면 달리는 게 달라진다.

첫 마라톤 대회를 준비 중이시거나, 이미 완주 경험이 있으신 분이 계신가요?

완주 후 느꼈던 감정이나 초보 때 몰랐던 꿀팁을 댓글로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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