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닝/대회 이벤트

완주 메달을 처음 받던 날의 감동 — 그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by 바다011 2026. 7. 30.
🥇 First Medal

완주 메달을 처음 받던 날의 감동
그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10개월 달리기의 끝에 목에 걸린 것 — 금속 조각이 아니었다

대회 & 감동 📅 2026년 5월 · ⏱ 읽는 시간 약 8분
첫 완주 메달 기록
서울 봄 마라톤 · 10km 부문
달리기 시작 10개월 만의 첫 번째 완주 메달
10km
완주 거리
63:32
완주 기록
6'21"
평균 페이스
1번
울 뻔한 횟수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회에 나갔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10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인터벌 워킹으로 시작해 5km를 걷지 않고 달리게 됐고, 한강 코스를 익혔고, 인터벌 트레이닝도 조금씩 해봤다. 부상도 두 번 겪었다. 겨울에 빈 새벽 공원을 달리다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도 안다.

대회 등록은 우연이었다. 슬랙 러닝 채널에 링크가 공유됐고, 손이 먼저 클릭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확인 메일을 받고 나서야 실감했다. 대회 당일까지 8주가 남아 있었다. 그때부터 달리기가 달라졌다. 목표가 생긴 달리기는 다른 달리기였다.

그리고 대회 당일, 63분 32초로 10km를 완주했다. 피니시 라인을 넘고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금속의 무게가 아니라 —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의 무게가.

완주 메달을 처음 받던 날의 감동
완주 메달을 처음 받던 날의 감동
10개월
달리기 경력
첫 대회까지
8
대회 준비 기간
등록 후 당일까지
63:32
완주 기록
목표 65분 초과 달성
1
완주 메달
지금도 책상 옆에

대회 당일 — 피니시까지 감정의 흐름

대회 전날 밤에 거의 못 잤다. 걱정이 아니라 흥분이었다. 알람을 4시 30분에 맞췄는데 4시 15분에 눈이 떠졌다. 아침을 먹으면서 가민 페이스 알람을 다시 설정했다.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수백 명이 달리기 복장으로 모여 있는 걸 보고 처음으로 "내가 대회에 나왔구나"를 실감했다.

출발 전 · 대회장 도착
수백 명 사이에서 혼자였다 — 묘하게 설레고 묘하게 외로웠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워밍업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혼자 출발선 뒤에 서서 가민 심박이 이미 110이 넘은 걸 확인했다. 달리기도 전에 긴장으로 심박이 올라 있었다.
😶 설렘 반 긴장 반
0 ~ 3km · 출발 직후
페이스 욕심을 억누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가민 알람이 바로 울렸다. 너무 빠르다는 신호. 수백 명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나는 속도를 줄여야 했다. 그 3km가 심리적으로 제일 힘들었다. 앞에 사람을 보내고 내 페이스를 지키는 것.
😤 자제력이 전략이었다
4 ~ 7km · 중반
7km에서 처음으로 그만두고 싶었다
6km부터 허벅지가 타기 시작했다. 7km 표지판을 봤을 때 "3km가 아직 남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껏 달리기에서 몇 번 있었던 그 순간 — 몸이 먼저 멈추자고 하는 순간. 훈련 중 18km 롱런에서 버텼던 기억을 꺼냈다.
😣 멘탈 싸움 구간
7 ~ 9km · 마지막 고비
옆에서 달리던 모르는 사람이 "잘 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8km 지점에서 페이스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옆에서 달리던 40대쯤 되어 보이는 분이 나를 보며 짧게 말했다. 아무 말도 못 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힘이 됐다. 달리기에서 처음 경험한 종류의 감정이었다.
💪 낯선 사람의 격려
9 ~ 10km · 피니시 직전
피니시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한 순간 — 다리가 갑자기 가벼워졌다
9km를 넘으면서 피니시 게이트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1km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속도가 나왔다. 허벅지 통증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통증이 있었지만 신경이 안 쓰였다. 다른 것이 먼저였다.
🏃 본능적 스퍼트
피니시 · 완주 직후
메달이 목에 걸리는 순간 — 아무 말도 못 했다
피니시 라인을 넘고 자원봉사자가 메달을 들고 다가왔다. 목에 걸어주는 동안 아무 말도 안 나왔다. "감사합니다"를 하려고 했는데 목이 막혔다. 멈춰서 30초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서 있었다.
🥇 30초의 침묵

그 30초 동안 뭔 생각을 했는지

피니시 라인을 넘고 멈춰 서서 30초 동안 아무것도 못 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달리기 10개월의 장면들이 이상하게도 순서 없이 스쳐 지나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는데, 달리고 나서 카페에서 쓴 러닝 노트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대회 완주 당일 · 카페에서 쓴 러닝 노트
메달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금속이 무거운 게 아니라 —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무거운 거였다.

1km도 못 달리던 날. 무릎이 아파서 2주를 쉬던 날. 새벽에 알람 끄고 다시 누웠다가 결국 일어나서 신발 신은 날들. 비 맞으면서 달린 날. 대회 8주 전 처음으로 10km를 제대로 달린 날.

그것들이 전부 지금 이 메달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메달은 오늘 달린 63분을 증명하는 게 아니었다. 10개월을 증명하고 있었다.
"
자원봉사자가 "수고하셨어요" 하고 메달을 걸어줬다. 그 말이 이상하게 컸다. 평소엔 그냥 넘어갈 말인데, 그 상황에서는 달랐다. 수고했다는 말을 들은 게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이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10개월 동안 혼자 달리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자원봉사자도 몰랐겠지만, 그 말이 10개월을 향한 말로 들렸다.

메달 하나가 달라지게 한 것들

완주 메달을 받기 전과 후, 달리기를 대하는 방식이 바뀐 게 있다. 작은 것들이지만, 쌓이면 달리기 전체의 결이 달라진다.

🔇 완주 메달 이전
  • 달리기는 그냥 건강을 위한 운동
  • "대회 같은 건 아직 나한테 먼 얘기"
  • 달리기를 취미라고 말하기 애매했음
  • 스스로 러너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 완주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몰랐음
  • 기록보다 완주 자체가 목표라는 게 실감 안 됐음
🥇 완주 메달 이후
  • 달리기가 내가 하는 것 중 하나가 됨
  • 다음 대회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 시작함
  • "달리기 해요"를 편하게 말하게 됨
  • 스스로 러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음
  • 완주의 감각을 알게 됐으니 다시 달릴 수 있음
  • 기록은 다음 목표, 완주는 이미 됐다는 확신

메달이 가르쳐준 것들

01
완주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인증이다
63분 32초는 당일의 기록이다. 메달이 담은 것은 그게 아니라 10개월이었다. 오늘의 완주는 오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02
모르는 사람의 격려가 생각보다 크다
8km에서 옆에서 달리던 분이 한 말 한마디가 1km를 버티게 했다. 달리기 커뮤니티가 이런 것이구나를 혼자 달릴 때는 알 수 없었다.
03
피니시 게이트가 보이면 다리가 가벼워진다
이게 진짜라는 걸 처음 알았다. 마지막 1km는 허벅지가 타는데 페이스가 올랐다. 몸이 끝이 보이면 달라진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04
"수고했어요" 한마디의 무게
자원봉사자의 한 마디가 10개월을 향한 말로 들렸다. 혼자 하는 운동에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경험이 이런 것이었다.
05
등록하고 나서야 훈련이 달라졌다
8주 전에 등록 버튼을 누른 것이 가장 잘 한 결정이었다. 환불 불가라는 조건이 생각보다 강력한 동기부여였다.
06
메달은 다음 달리기의 이유가 된다
지금 책상 옆에 걸려 있다. 코딩하다 막힐 때 가끔 본다. "저게 됐으면 이것도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거기서 나온다.

메달을 책상 옆에 건 이유

집에 돌아와서 메달을 어디에 둘까 잠깐 생각했다. 서랍에 넣으면 잊어버릴 것 같았다. 트로피 같은 걸 진열장에 넣는 것도 어색했다. 결국 모니터 옆 벽에 걸었다.

작업하다가 막히면 가끔 그걸 본다. 거기서 직접적인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는다. 근데 "저게 됐으면 이것도 된다"는 생각이 어딘가에서 올라온다. Supabase RLS 설정이 자꾸 틀릴 때, TypeScript 제네릭이 안 맞을 때, 배포가 계속 실패할 때. 메달이 거기 있다는 게 이상하게 버팀목이 됐다.

어차피 금속 조각이다. 하지만 그 금속 조각 안에 내가 모르는 새벽의 달리기들이 들어 있다. 포기하려다 다시 신발 신은 날들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그냥 서랍에 넣을 수가 없었다.

완주 메달은 달리기를 증명하는 게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거였다. 그 차이가 그 무게를 만들었다.

— 대회 완주 당일 저녁, 모니터 옆에 메달을 걸고 나서 든 생각

첫 완주 메달을 목표로 달리는 분들에게

🥇
언제 대회에 나가는 게 맞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제 경험에서는 5km를 걷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됐을 때가 10km 대회의 적기였습니다. 그 수준이면 훈련 8주로 충분히 준비가 됩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고, 그 상태에서 등록 버튼 누르는 게 맞는 순서입니다. 준비가 다 되고 나서 등록하면 그건 도전이 아닙니다.
대회 당일 가장 중요한 한 가지 — 초반 페이스 억제 출발 직후 주변 사람들이 치고 나갈 때 따라가지 않는 것이 완주와 미완주를 가릅니다. 저는 처음 3km를 목표보다 15초 느리게 달렸고, 그게 마지막 1km 스퍼트로 돌아왔습니다. 흥분이 가장 크고 몸이 가장 가벼운 구간이 초반이라 자제가 어렵습니다. 가민 페이스 알람을 미리 설정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
완주하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말로 완전히 설명이 안 됩니다. 체험하기 전까지는 상상이 안 됩니다. 그래서 나가야 합니다. 당일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아도, 기록이 느려도 상관없습니다. 완주 메달은 기록이 아니라 완주에 대한 것이니까요. 한 번 받으면 다음에 또 받고 싶어집니다. 그게 달리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 첫 완주 메달을 향한 체크리스트
  • 5km를 걷지 않고 달릴 수 있으면 10km 대회 등록 가능 — 지금 바로 신청하기
  • 등록 후 8주 훈련 계획 수립 — 매주 롱런 거리 늘리기
  • 대회 전날 탄수화물 식사, 수분, 10시 이전 취침
  • 가민 페이스 알람 목표보다 15초 느리게 설정 — 초반 억제
  • 대회 당일 새 신발, 새 옷 금지 — 모든 건 훈련에서 검증된 것만
  • 피니시 게이트가 보이면 남은 힘을 아끼지 않기
  • 메달 받고 나서 30초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 그 감정 충분히 느끼기
  • 완주 메달은 서랍 말고 눈에 보이는 곳에 두기

두 번째 대회는 이미 등록했다. 하프마라톤이다. 처음 10km 대회를 등록할 때와 비슷한 두근거림이 있다. 아직 21km를 달려본 적 없다는 불안감도 비슷하다. 그래도 누르게 됐다. 완주 메달 하나를 받고 나서야 다음 버튼이 눌러졌다. 메달은 지금 달리기의 증거가 아니라, 다음 달리기의 이유가 됐다.

🥇 첫 완주 메달을 받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그 순간의 감정, 어떤 대회였는지, 지금 메달이 어디 있는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 아직 도전 전이신 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나무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