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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성장 훈련

5km 완주에서 10km까지 - 내가 거쳐온 훈련 12주의 기록

by 바다011 2026. 6. 8.

러닝 | 2026년 봄 기록

처음 5km를 완주하던 날, 진짜 과장 없이 다리가 풀려서 잠깐 도로 화단 턱에 앉았었다. 숨이 차고 무릎이 얼얼했지만, 기분만큼은 이상하게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러면 이제 뭐하지?" 5km가 목표였으니 달성했고, 그 이후가 막막했다.

그때 누군가 10km 대회를 슬쩍 언급했다. "10km? 그건 나랑 다른 사람들 얘기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상하게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결국 등록 버튼을 눌렀고, 그날부터 12주짜리 지옥이 시작됐다. 오늘은 그 12주를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5km 완주에서 10km까지
5km 완주에서 10km까지

 

시작 전에 몰랐던 것 — 5km 완주자는 생각보다 약하다

5km를 완주했다고 체력이 붙었다고 착각했다. 처음 7km를 시도한 날 6km 즈음에 완전히 멈춰버렸다. 숨이 찬 게 아니라 다리가 그냥 말을 안 들었다. 이게 소위 "한계"라는 건데, 5km 완주와 10km 사이에는 단순히 거리가 두 배인 게 아니라 심폐 지구력과 근지구력 두 가지가 모두 다른 수준으로 요구된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다.

그래서 처음 3주는 거리 욕심을 버리고 "달리는 시간"을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 페이스는 신경 안 쓰고 그냥 30분, 35분, 40분을 걷지 않고 계속 달리는 연습만 했다. 거리가 줄더라도 멈추지 않는 근육 패턴을 만드는 게 먼저였다.

내가 실제로 했던 12주 훈련 플랜

인터넷에서 플랜을 여러 개 참고했지만 현실적으로 주 3회 이상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대부분 수정했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따랐던 버전이다.

구간 주차 핵심 목표 실제 느낌
적응기 1~3주 30~40분 논스톱 달리기 (페이스 무관) 지루하지만 기초가 됨
거리 확장기 4~6주 6km → 7km → 8km, 주 3회 6km 고비가 제일 힘듦
페이스 의식기 7~9주 인터벌 추가 (1km 빠르게 + 1km 회복) 효과 있는데 다음 날 다리 뻐근
완성기 10~12주 9km 이상 1회, 나머지 가볍게 10km가 갑자기 현실로 느껴짐

가장 힘들었던 구간 — 6km 고비

많은 러닝 관련 글에서 "초반 3km만 버티면 된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틀린 말이었다. 6km 지점이 제일 힘들었다. 5km에서 몸이 "이제 끝날 때가 됐잖아?"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 아직 4km가 남아있는 상황. 이게 심리적으로 엄청 힘들었다.

해결책은 단순했다. 코스를 바꿨다. 왕복 코스 대신 순환 코스로 바꾸니까 "지금 돌아가면 딱 맞네"라는 유혹이 없어졌다. 그리고 음악 대신 팟캐스트를 틀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몸의 신호에 덜 집중하게 된다는 걸 발견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한테는 꽤 효과가 있었다.

생각지 못한 복병 — 무릎과 발바닥

8주차에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장경인대 증후군(IT 밴드 증후군)이라는 거였다. 처음엔 "참고 달리면 되겠지" 했다가 일주일을 쉬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스트레칭을 너무 소홀히 한 게 원인이었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효과 있었던 것들

  • 달리기 전 고관절 스트레칭 10분 — 귀찮아도 무조건
  • 달리기 후 폼롤러로 허벅지 바깥쪽과 종아리 풀기
  • 일주일에 한 번은 '완전 회복의 날' — 달리지 않는 날을 일부러 만들기
  • 새 신발로 갑자기 장거리 달리지 않기 (적응 기간 최소 2주)

10주차에 발견한 의외의 변화

10주 즈음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달리기가 싫지 않아진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빨리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생겼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나갔는데 어느 순간 습관이 됐고, 그게 즐거움으로 바뀌는 경계선이 분명히 있었다.

그 경계가 어딘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체감상 8km를 처음으로 멈추지 않고 완주한 날이었던 것 같다. "나 이거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게 몸으로 증명되니까 달라졌다. 거기서 뭔가 클릭됐다.

D-day, 실제 10km를 달린 날

대회 당일 아침 5시에 일어났다. 전날 밤 준비물을 다섯 번 확인하고도 불안했다. 막상 출발선에 서니 이상하게 차분해졌다. 처음 3km는 너무 빠르게 달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 옆에서 다들 치고 나가는데 참는 게 진짜 힘들었다.

7km 지점, 연습 때 항상 힘들었던 구간인데 그날은 의외로 괜찮았다. 결국 1시간 7분으로 들어왔다. 서브 1시간은 아니었지만, 완주하는 순간 진짜 속으로 울뻔했다. 12주 전에 "10km는 나랑 다른 사람들 얘기"라고 했던 내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10km 완주보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더 많았다. 한계라고 느꼈던 것들이 대부분 심리적인 것이었다는 것. 몸은 생각보다 적응력이 좋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하면 어느 날 갑자기 "되는" 날이 온다는 것.

지금 5km 완주하고 "다음은 뭐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10km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거리를 늘리는 것, 그게 전부다.

💬 여러분은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셨나요? 처음 5km를 완주했을 때의 기억, 또는 지금 넘어야 할 거리 목표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같은 목표를 가진 분들끼리 서로 응원하면 더 오래, 더 즐겁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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