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막 즐기기 시작했을 때 찾아온 불청객
5킬로를 논스톱으로 처음 완주하고 나서 딱 3주가 지난 날이었다. 달리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였나 싶어서 매일 밖으로 나가던 참이었고, 페이스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고, 솔직히 기분은 하늘을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정강이 안쪽에서 뭔가 이상한 감각이 왔다. '어제 무리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게 실수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날 아침이 내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이틀을 더 달렸고, 결국 2주 동안 완전히 달리기를 쉬어야 했다. 정강이 통증, 이른바 신스플린트(shin splints)다. 러닝을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다는 그 부상을, 나도 피해 가지 못했다.

어떻게 다쳤는지, 솔직하게
원인은 꽤 명확했다. 달리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갑자기 거리를 늘렸다. 그전까지 매일 3~4km를 뛰던 패턴에서 어느 날 갑자기 7km를 뛴 것이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러닝 커뮤니티에서 흔히 말하는 '10% 룰'을 완전히 무시한 셈이었다. 10% 룰이 뭔지도 솔직히 그때는 몰랐다.
신발도 문제였다. 마트에서 1만 원대에 산 캔버스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달리기용 운동화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신발이었는데, '어차피 동네 달리기인데 뭐 어때'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조합이지만 그때는 정말 몰랐다.
증상이 어떻게 느껴졌나
처음에는 달리고 나서 정강이 안쪽이 뻐근한 느낌이었다. 쉬면 나아지는 것 같았고, 달리기 시작할 때는 아프다가 몸이 풀리면서 덜해지는 패턴이었다. '운동하면서 생기는 근육통이겠지' 하고 넘겼다. 그게 함정이다.
| 시기 | 증상 | 내 판단 (당시) |
|---|---|---|
| 1~2일차 | 달리기 후 정강이 안쪽 뻐근함 | 근육통이겠지, 무시 |
| 3~4일차 | 달리기 시작할 때 쑤심, 몸 풀리면 완화 | 그래도 달릴 만한데? 계속 |
| 5일차 | 달리는 내내 통증, 아침에 일어날 때도 불편 | 드디어 '이상하다' 인식 |
| 6~7일차 | 걸을 때도 뻐근, 눌렀을 때 통증 심화 | 검색 후 신스플린트 의심, 겁남 |
| 8일차 이후 | 통증은 줄지만 뛰면 다시 재발 | 완전 휴식 결정 |
2주 동안 실제로 어떻게 보냈나
달리기를 쉰다는 게 처음에는 정말 괴로웠다. 겨우 맛 들리기 시작한 참인데, 뭔가 모처럼 생긴 좋은 습관이 다시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도 컸다. 그래서 쉬면서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됐다.
통증 강도가 어떻게 변해갔나
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 정강이 통증을 10점 만점으로 기록했다. 냉찜질과 완전 휴식만으로도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는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2주를 쉬면서 배운 것들
달리기를 쉬는 것도 훈련이다. 오히려 쉬어야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말이 처음엔 위로처럼 들렸는데, 복귀하고 나서야 그게 진짜라는 걸 알았다. — 14일 강제 휴식 후 복귀하던 날의 메모
쉬면서 가장 많이 한 건 공부였다. 신스플린트가 왜 생기는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제대로 찾아봤다. 그 전까지는 그냥 '달리기 = 나가서 뛰면 되는 거 아닌가?' 수준이었는데, 러닝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 즉 훈련량을 주 10% 이상 갑자기 늘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배웠다.
신발도 바꿨다. 인근 러닝 전문점에 가서 발 형태를 보고 추천받았다. 나는 발이 살짝 안으로 기우는 오버프로네이션 경향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그에 맞는 지지형 러닝화를 골랐다. 가격이 20만 원에 가까워서 망설였는데, 신어보자마자 '이게 달리기 신발이구나' 싶었다.
(2) 쿨다운 10분 — 걷기로 마무리하면서 심박수 서서히 낮추기
(3) 주간 거리 증가는 10% 이내로 제한
(4) 주 2~3일 이상 달린다면 사이사이에 완전 휴식일 확보
(5) 달리고 나서 종아리·정강이 폼롤러 2~3분
복귀 이후 달라진 것들
복귀 첫 주는 거리를 절반으로 줄였다. 2km, 3km, 2km 이런 식으로 격일 달리기를 유지했다. 사실 이게 맞는 방식인지도 몰랐고 불안했다. 너무 빨리 늘리면 또 다칠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늘리면 체력이 빠질 것 같았다. 그냥 통증이 없을 것만 확인하면서 한 달에 걸쳐 천천히 이전 거리로 돌아갔다.
달라진 건 마음가짐이었다. 이전에는 달리기 앱에서 페이스가 느려지면 괜히 억울하고, 어제 뛴 사람이 더 빠르면 괜히 경쟁심이 생겼다. 부상을 겪고 나서는 그냥 오늘 통증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마음이 생겼다. 조금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데, 진짜로 그랬다.
결국 하고 싶은 말
신스플린트는 사실 초보 러너라면 거의 피하기 어려운 부상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내 경우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준비 없이 무리하게 거리를 늘렸고, 신발을 가리지 않았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 세 가지 중 하나만 달랐어도 2주를 쉬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2주가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러닝이 그냥 뛰면 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트레칭 없이, 신발 생각 없이, 거리 조절 없이. 어쩌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2주가 억울하기도 하지만 꽤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 5~6km씩 달리고 있다. 통증은 없다. 달리고 나면 종아리를 꼭 폼롤러로 풀고, 신발 밑창이 닳으면 바로 교체한다. 달리기가 좀 더 지속 가능해진 느낌이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정강이 통증을 겪고 있거나, 신스플린트에서 회복한 경험이 있는 분이 계신가요?
어떻게 회복하셨는지, 복귀 후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댓글로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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