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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코스 장소

산악 러닝(트레일런) 처음 도전한 이야기 — 아스팔트 러너가 산에 올라간 날

by 바다011 2026. 7. 20.
🏔️ Trail Running

산악 러닝(트레일런) 처음 도전한 이야기
아스팔트 러너가 산에 올라간 날

로드 러닝 8개월 차에 갑자기 산으로 간 이유, 그리고 예상 못 한 것들

트레일런 도전기 📅 2026년 5월 · ⏱ 읽는 시간 약 9분

어쩌다 산에 올라가게 됐냐면

로드 러닝을 시작한 지 8개월쯤 됐을 때였다. 5km를 걷지 않고 완주하고, 인터벌 트레이닝도 조금씩 시도하면서 달리기가 일상에 완전히 자리잡은 상태였다. 스트라바 피드를 보다가 회사 동료가 올린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산 중턱에서 찍은 사진인데, 배경이 그냥 산이 아니라 분명히 달리는 복장으로 올라가 있었다. 캡션에는 "첫 트레일런 완주"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별 관심 없었다. 나는 아스팔트 러너였다. GPS 데이터가 깔끔하게 직선으로 찍히는 한강 코스가 좋았고, 가민이 페이스를 정확하게 잡아주는 환경에서 달리는 게 좋았다. 산에 올라가는 건 등산이지, 달리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사진이 계속 신경 쓰였다. 일주일 후에 그 동료한테 어디서 달렸냐고 물어봤다. 북한산 둘레길 일부 구간이라고 했다. 초보도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천천히 걸으면서 가도 된다고 했다. 그 말에 '그러면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2주 후 토요일에 혼자 북한산 입구에 서 있었다.

산악 러닝(트레일런) 처음 도전한 이야기
산악 러닝(트레일런) 처음 도전한 이야기
12.4km
첫 트레일런 거리
예상보다 길어짐
680m
누적 상승고도
무릎이 기억한다
3시간
총 소요시간
로드 30km 느낌
★5.0
만족도
다음 주 또 갔다

로드 러닝과 트레일런은 완전히 다른 운동이었다

입구에서 달리기 시작하면서 처음 5분 만에 깨달았다. 이건 내가 알던 달리기가 아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달리는 건 바닥이 항상 같다.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면 되고, 발이 어디 닿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산길은 달랐다. 발을 어디에 내딛을지 매 보마다 판단해야 했다. 바위, 나무뿌리, 젖은 돌, 경사진 흙길 — 지형이 2초마다 바뀌었다.

처음엔 이게 피곤했다. 발을 보느라 주변을 못 보고, 판단하느라 호흡이 흐트러졌다. 500m도 안 달렸는데 집중력이 바닥났다. 그런데 신기하게 1km쯤 지나자 뭔가 적응이 됐다. 발이 지형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머리 대신 발이 알아서 판단하는 느낌이 생겼다. 코딩에서 새 프레임워크를 처음 쓸 때 문서를 한 줄씩 읽다가 어느 순간 직관적으로 쓰게 되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 로드 러닝
  • 바닥이 균일해서 페이스 유지 쉬움
  • GPS 데이터가 정확하고 깔끔함
  • 심폐 위주의 운동 자극
  • 달리는 중 생각이 자유로움
  • 장비 진입장벽 낮음
  • 도심 접근성이 좋음
🏔️ 트레일런
  • 지형이 계속 바뀌어 매 보 판단 필요
  • 고도 데이터가 더 중요한 지표
  • 발목·고관절·코어 전방위 자극
  • 지형에 집중하느라 완전한 몰입
  • 트레일화, 배낭 등 추가 장비 필요
  • 자연 속 경험 — 뷰와 공기가 다름

구간별 솔직한 기록 — 12.4km가 이렇게 지나갔다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 일부 구간을 이어 붙인 것이었다. 동료가 GPX 파일을 공유해줬는데, 가민에 올려서 경로 안내를 받으며 달렸다. GPX 파일을 받아서 기기에 올리는 과정이 Next.js 프로젝트에 외부 설정 파일 연동하는 것만큼 생소했지만 결국 해냈다.

📈 첫 트레일런 고도 프로파일 — 북한산 둘레길 구간
 
출발 / 도착
 
정상 (최고고도)
 
중간 능선 지점
출발 ~ 2km · 고도 +80m
완만한 산책로 —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초반 구간은 경사가 완만하고 흙길이 잘 정비돼 있었다. 달리기가 충분히 됐다. 가민 페이스가 평소보다 많이 느리게 찍혔는데, 경사와 지형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이때만 해도 "어, 트레일런 생각보다 쉬운데" 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 자신감 최고조
2km ~ 5km · 고도 +320m
본격 오르막 — 달리기를 포기하고 빠른 걷기로 전환
경사도가 갑자기 올라갔다. 달리려고 시도했는데 심박이 190을 넘어서 무조건 걷기로 바꿨다. 트레일런에서 오르막을 걷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프로 트레일런너들도 급경사에선 걷는다. 이 구간에서 허벅지 앞면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 심박 폭발 구간
5km 지점 · 고도 약 680m
능선 도착 — 예상 못 한 감정이 올라왔다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서울 전경이 펼쳐졌다. 내가 매일 달리는 한강이 저 아래에 있었다. 숨이 차고 다리가 타는 상태였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냥 멈추고 그 풍경을 봤다. 가민을 꺼내서 경과 시간이 아니라 사진을 찍었다. 아마 트레일런에서 처음 경험하는 감정이었을 거다.
🔴 이 순간 때문에 트레일런을 계속했다
5km ~ 9km · 고도 -450m
하산 — 무릎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내리막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올라갈 때와 다른 근육을 쓰는데, 트레일런에서 하산 훈련을 따로 해야 한다는 말이 이 구간에서 이해됐다. 무릎 앞쪽에 불쾌한 압박감이 오기 시작했다. 속도를 줄이고 지그재그로 내려왔다. 엉덩이를 뒤로 빼는 하산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이 날 배웠다.
🟤 무릎이 경고를 보냄
9km ~ 12.4km · 완주
마지막 평지 구간 — 몸은 다 쓴 느낌, 기분은 최고
산에서 내려와 평지 구간이 이어졌다. 평소에 6분대로 달리는 구간인데, 다리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라 7분 30초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완주했다. 도착 후 스트라바에 올라온 내 경로를 봤는데, 한강 직선 코스랑은 완전히 다른 들쭉날쭉한 선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 완주 — 다음 주 또 오기로 결심

내가 저지른 실수들 —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1
로드 러닝화를 신고 갔다 — 미끄러웠다
일반 로드 러닝화는 바닥 패턴이 매끄러운 아스팔트용이다. 젖은 바위와 흙길에서 두 번 미끄러졌다. 한 번은 손을 짚었고 손바닥에 상처가 났다. 트레일화의 러그 패턴이 왜 필요한지 그날 뼈저리게 알았다. 트레일런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트레일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
물 500ml만 들고 갔다가 중반에 동났다
로드 5km에 마시는 수분이면 충분하겠지 생각했는데, 트레일런은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발열량도 더 높다. 7km 지점에서 물이 떨어졌다. 산에서 탈수는 로드 달리기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후로는 소프트 플라스크 2개에 총 1리터를 기본으로 챙긴다.
3
오르막에서 너무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초반에 기세 좋게 오르막을 달리다가 2km도 안 가서 다리가 먼저 망가졌다. 트레일런에서 오르막 운용은 하이킹 폴 쓰듯이 보폭을 짧게 줄이고 심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정석이다. 빠른 걷기가 느린 달리기보다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4
하산 훈련을 전혀 안 했다
오르막만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무릎에 충격을 주는 건 오히려 내리막이었다. 하산 시 체중의 3~5배 충격이 무릎에 전달된다. 로드 달리기에서는 쓰지 않는 근육과 인대가 관여하기 때문에 별도 훈련이 필요하다. 이 날 이후 계단 내려가기 훈련을 따로 했다.
잘 한 것도 있었다 — GPX 파일 사전 다운로드
동료에게 GPX 파일을 미리 받아서 가민에 올렸던 게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산 중간에 경로를 잃으면 꽤 위험해질 수 있는데, 가민이 경로를 이탈하면 알림을 줘서 항상 올바른 방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트레일런 전에 GPX 확보는 필수다.

트레일런에 필요한 장비 — 처음 시작한다면

로드 러닝과 달리 트레일런은 장비 준비가 좀 더 필요하다. 처음부터 다 갖출 필요는 없지만, 안전과 직결된 것들은 타협하면 안 된다. 내가 첫 날 이후 하나씩 갖춰간 것들을 정리했다.

👟
트레일 러닝화
깊은 러그 패턴으로 흙·바위 그립력 확보. 발목 보호 기능도 중요
첫날부터 필수
🎒
트레일 베스트
소프트 플라스크 2개 이상, 비상식량, 구급용품 수납 가능한 러닝 배낭
10km 이상 필수
💧
소프트 플라스크
500ml × 2개 기본. 여름이나 장거리엔 더 늘려야 한다
수분은 타협 없음
📱
GPX + 가민 워치
코스 이탈 경고, 경로 안내. 산에서 길 잃으면 진짜 위험하다
안전을 위한 필수
🧤
트레킹 폴
급경사 오르막과 하산 시 무릎 부하를 줄여줌. 초보에게 특히 유용
초보라면 추천
🧴
자외선 차단제
산은 자외선이 훨씬 강하다. 특히 능선 구간은 그늘이 없음
여름엔 필수급
🍫
에너지 젤·바
10km 이상 달릴 때 보급식 필요. 칼로리 소모가 로드보다 훨씬 많다
장거리에 권장
👖
무거운 코튼 팬츠
등산 면바지는 땀에 젖으면 무거워지고 가동성이 나빠진다
피해야 할 것
📡
GPX 파일 가민에 올리는 방법 — 개발자 친화적 설명 Komoot, Strava, 또는 국내 트레일런 커뮤니티에서 GPX 파일을 다운로드한다. Garmin Connect 앱 → 훈련 → 코스 → 가져오기에서 GPX를 업로드한다. 가민 기기에 동기화하면 달리는 중 경로 이탈 시 진동+알림으로 알려준다. JSON으로 따지면 GPX는 좌표 배열이 담긴 XML — 구조 이해하면 직접 만들 수도 있다.

트레일런이 로드 러닝과 나에게 다르게 작용한 이유

첫 트레일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샤워하면서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같은 정도의 거리를 로드에서 달리고 왔을 때와 피로의 종류가 달랐다. 로드 달리기 후에는 심폐가 지쳤는데, 트레일 후에는 몸 전체가 고르게 쓰인 느낌이었다. 허벅지, 종아리, 발목, 코어, 팔까지. 3D 운동이었다.

정신적으로도 달랐다. 로드에서 달릴 때 나는 종종 회사 일을 생각하거나 개발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트레일에서는 그게 불가능했다. 발 앞 1미터를 봐야 하니까. 지형에 완전히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달리기로 머리를 비운다는 말이 있는데, 트레일런은 그게 강제로 됐다. 마치 코드에서 집중 모드(flow state)가 걸리는 것처럼 — 다른 탭은 열리지 않는 상태.

능선에서 서울을 내려다봤을 때, 내가 매일 달리던 한강이 저렇게 작아 보인다는 게 이상하게 해방감이 됐다. 트레일런은 달리기를 통해 시야를 넓히는 운동이다. 문자 그대로도, 비유적으로도.

— 첫 능선 도착 후 러닝 노트에 쓴 문장

트레일런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
로드 달리기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후 시작하세요 5km 이상을 꾸준히 달릴 수 있는 기반이 없으면 트레일에서 쉽게 지치고 부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저는 8개월의 로드 러닝 기반 후에 시작했는데, 그게 적절한 타이밍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달린 경험이 있다면 시작해볼 만합니다.
⚠️
첫 코스는 반드시 짧고 완만한 것으로 시작하세요 저는 첫날 12.4km에 680m 상승으로 시작했는데, 솔직히 좀 무리였습니다. 무릎에 꽤 오래 남는 충격이 있었어요. 처음엔 5~7km에 300m 이하 상승고도의 코스부터 시작하는 게 적절합니다. 국내 트레일런 커뮤니티에서 초보 추천 코스를 찾으면 잘 정리돼 있어요.
🚨
혼자 처음 가는 코스는 피하세요 저는 동료에게 GPX를 받아서 갔지만, 그래도 혼자였습니다. 만약 중간에 부상이 났거나 길을 잃었다면 상황이 복잡했을 거예요. 첫 트레일런은 경험 있는 러너와 함께 가거나, 러닝 그룹에 참여해서 가는 걸 강력히 권합니다. 가민의 실시간 위치 공유 기능을 켜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 이후 — 트레일런이 일상이 됐다

첫 트레일런을 다녀온 다음 주 토요일, 나는 다시 산에 올랐다. 이번엔 트레일화를 빌려 신고, 소프트 플라스크를 두 개 챙겨서. 두 번째는 훨씬 나았다. 미끄러지지 않았고, 물도 충분했고, 오르막에서 무리하지 않았다. 그 이후 한 달째 주 1~2회 트레일런을 이어가고 있다.

신기한 건 트레일런을 시작하고 나서 로드 러닝 실력도 같이 올랐다는 거다. 험한 지형에서 계속 발목 안정성과 코어를 쓰다 보니 평지 달리기의 자세가 좋아졌다. 가민 VO2max 수치도 조금 올랐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한 가지만 하는 것보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 첫 트레일런 전에 확인할 것들
  • GPX 파일 확보 후 가민 기기에 동기화 완료 확인
  • 트레일화 착용 — 로드화 금지
  • 소프트 플라스크 최소 1리터 이상 채워서 출발
  • 에너지 보급식(젤 or 바) 10km당 1개 기준으로 준비
  • 출발 전 지인에게 코스와 예상 귀환 시간 공유
  • 날씨 앱에서 산 기상 별도 확인 (평지와 다를 수 있음)
  • 오르막에서 무리하지 않기 — 빠른 걷기로 전환 괜찮음
  • 하산 시 보폭 줄이고 엉덩이 뒤로 빼는 자세 기억하기

트레일런은 달리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데려간다. 로드에서 달리기에 익숙해졌다면, 한 번쯤 산으로 올라가 보길 권한다. 첫 능선에서 바라보는 뷰 하나가 그동안 달리기에 쏟은 시간 전체를 보상해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느낌 때문에, 나는 다음 주에도 산에 간다.

🏔️ 트레일런,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첫 트레일런 경험이나 추천하고 싶은 초보 코스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로드 러너에서 트레일러너로 넘어가는 걸 고민 중이신 분도 환영합니다 — 같이 이야기 나눠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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