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발사되어 2017년까지 토성을 탐사한 카시니-하위헌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행성 탐사 미션 중 하나입니다. 타이탄 착륙부터 엔셀라두스 간헐천 발견까지, 13년간 이룬 놀라운 발견들을 돌아봅니다. 오늘은 본문에서 카시니-하위헌스 미션의 대서사시, 토성의 비밀을 밝힌 13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카시니-하위헌스 미션의 대서사시
1997년 10월 15일, 타이탄 IV 로켓이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발사됐다. 6톤이 넘는 거대한 탐사선 카시니-하위헌스를 싣고 있었다. 목적지는 토성, 거리는 14억 킬로미터였다. 직선으로 가기엔 너무 멀었다. 탐사선은 금성을 두 번, 지구를 한 번, 목성을 한 번 스윙바이하며 가속했다. 복잡한 궤도로 총 70억 킬로미터를 날았다. 7년이 걸렸다. 2004년 7월 1일, 카시니가 마침내 토성 궤도에 진입했다. 고리 사이를 통과하는 위험한 기동이었지만 성공했다. 인류가 토성 궤도에 탐사선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카시니는 NASA가 만들었지만 국제 협력 프로젝트였다. 유럽우주국 ESA가 하위헌스 착륙선을 제공했고, 이탈리아우주국이 주요 안테나를 만들었다. 27개국의 과학자 5천 명이 참여했다. 당시로서는 가장 비싼 행성 탐사 미션으로 34억 달러가 들어갔다. 탐사선 이름은 두 천문학자에서 따왔다. 카시니는 17세기 토성의 고리 틈을 발견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카시니, 하위헌스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발견한 네덜란드 과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였다. 카시니는 12개의 과학 장비를 탑재했다. 카메라, 분광기, 자력계, 레이더 등 토성계를 완벽히 분석할 도구들이었다. 하위헌스는 타이탄에 착륙해 표면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4년 미션으로 계획됐지만 계속 연장돼 13년을 작동했다. 설계 수명의 3배였다.
타이탄 착륙과 엔셀라두스의 간헐천
2005년 1월 14일, 하위헌스가 타이탄 대기에 진입했다. 지구 밖 천체에 착륙하는 가장 먼 시도였다. 낙하산을 펼치고 2시간 반 동안 천천히 내려가며 대기를 분석했다. 카메라가 타이탄 표면을 촬영했다. 메탄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고, 강과 호수처럼 보이는 지형이 있었다. 물이 아니라 액체 메탄과 에탄이었다. 표면에 닿는 순간 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했다. 얼음과 탄화수소가 섞인 땅이었다. 사진 속 타이탄은 외계 세계였다. 주황색 안개에 싸인 차갑고 어두운 행성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구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액체 순환, 침식 지형, 대기 현상. 물 대신 메탄이지만 과정은 같았다. 타이탄은 지구의 잃어버린 쌍둥이 같았다. 카시니의 가장 놀라운 발견은 엔셀라두스였다. 토성의 작은 얼음 위성으로 지름 500킬로미터밖에 안 됐다. 2005년 카시니가 가까이 지나갈 때 남극에서 뭔가 분출하는 걸 발견했다. 얼음 알갱이와 수증기가 우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간헐천이었다. 엔셀라두스 내부에 액체 물 바다가 있다는 증거였다. 조석 가열로 얼음이 녹아 지하 바다를 이룬 것이다. 카시니는 22번이나 엔셀라두스 간헐천을 통과하며 샘플을 채취했다. 물뿐 아니라 소금, 유기물, 수소가 검출됐다. 생명에 필요한 조건이 모두 갖춰진 것이다. 엔셀라두스는 순식간에 생명 탐사의 최우선 목표가 됐다. 토성의 고리도 상세히 연구했다. 얼음 알갱이들이 중력과 공명으로 복잡한 구조를 만든다는 게 밝혀졌다. 고리 안에 작은 위성들이 있어서 고리를 조각하고 있었다. F 고리는 계속 변하는 역동적인 구조였다. 위성들도 정밀 관측됐다. 이아페투스는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두운 기묘한 위성이었다. 레아, 디오네, 테티스 등도 각각 독특한 특징을 드러냈다. 총 62개의 위성 중 7개를 새로 발견했다.
그랜드 피날레, 장엄한 마지막
2017년, 카시니는 연료가 바닥나고 있었다. NASA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통제 불능 상태로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에 추락하면 지구 미생물이 묻어있을 수 있어 생태계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토성에 돌진시켜 소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끝내지 않았다. 그랜드 피날레라 이름 붙인 마지막 미션을 계획했다. 카시니를 토성과 고리 사이 2천 킬로미터 틈으로 22번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위험한 구역이었다. 만약 고리 파편에 맞으면 탐사선이 파괴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토성의 중력장과 자기장을 정밀 측정하고, 고리 기원을 밝히고, 대기 상층부를 샘플링할 수 있었다. 2017년 4월부터 9월까지 22번의 다이빙이 완벽하게 성공했다. 토성의 중력장이 예상보다 복잡하다는 걸 발견했다. 내부 구조가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고리의 질량도 측정됐다. 예상보다 훨씬 가벼워서 고리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2017년 9월 15일, 카시니는 마지막 신호를 보냈다. 토성 대기에 진입하며 불타는 순간까지 데이터를 전송했다. 83분 뒤 지구에 신호가 도착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20년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카시니는 29만 4천 장의 사진을 보냈다. 635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했고, 450만 개의 명령을 수행했다. 3,948편의 과학 논문을 낳았다. 토성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타이탄은 생명 이전 화학반응의 실험실이었고, 엔셀라두스는 생명 가능성이 있는 세계였다. 토성은 역동적이고 복잡한 시스템이었다. 카시니의 유산은 계속된다. 드래곤플라이 미션이 2027년 발사돼 타이탄을 탐사할 예정이다. 엔셀라두스 탐사 미션도 계획 중이다. 카시니가 열어놓은 문을 통해 인류는 계속 나아간다. 토성의 고리 사이로 사라진 탐사선은 우리에게 무한한 발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