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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행성 명왕성, 그리고 계속되는 논쟁

by 바다011 2025. 10. 26.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IAU)은 명왕성을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재분류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76년간 태양계 9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의 지위 박탈은 전 세계적 논란을 일으켰으며, 투표에 참여한 424명의 천문학자 중 찬성이 237표에 불과했습니다. 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등 명왕성과 유사한 천체들의 연이은 발견과 명왕성이 궤도 주변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재분류의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2015년 전송한 놀라운 이미지들은 명왕성이 지질학적으로 활발한 복잡한 세계임을 보여주며, 일부 과학자들은 여전히 행성 지위 복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명왕성 논란의 과학적 배경과 행성 정의를 둘러싼 철학적 쟁점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왜소행성 명왕성

 

클라이드 톰보의 발견에서 시작된 76년의 역사

1930년 2월 18일, 24세의 젊은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는 로웰 천문대에서 수개월간의 고된 작업 끝에 태양계 9번째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은 해왕성 궤도의 미세한 섭동을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행성 X'를 찾던 중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톰보는 며칠 간격으로 찍은 하늘 사진을 비교하며 움직이는 천체를 찾는 지루한 작업을 반복했고, 마침내 쌍둥이자리 방향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명왕성이라는 이름은 11세 영국 소녀 베네치아 버니가 제안한 것으로, 로마 신화의 지하세계 신이자 어둠 속에 숨어있는 이 먼 천체에 완벽한 이름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명왕성의 크기는 지구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너무 멀고 희미해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명왕성의 추정 크기는 계속 작아졌습니다. 1950년대에는 화성 크기로, 1970년대에는 수성보다 작을 것으로 수정되었습니다. 1978년 제임스 크리스티가 명왕성의 위성 카론을 발견하면서 질량 계산이 가능해졌고, 명왕성의 질량이 지구의 0.2%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왕성의 행성 지위는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명왕성이 이미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디즈니의 캐릭터 플루토는 명왕성 발견 같은 해에 만들어졌고, 수많은 과학 교과서와 천문학 서적에서 태양계 9개 행성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1992년 데이비드 주이트와 제인 루가 해왕성 궤도 너머에서 작은 천체 1992 QB1을 발견하면서 카이퍼 벨트의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수백 개의 카이퍼 벨트 천체가 발견되었고, 명왕성이 독특한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유사 천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에리스의 발견과 행성 정의의 필요성

2005년 1월, 마이크 브라운 팀이 발견한 천체 2003 UB313은 천문학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나중에 에리스로 명명된 이 천체는 명왕성보다 27% 더 무거웠습니다. 만약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에리스도 당연히 10번째 행성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케마케, 하우메아, 세드나 등 명왕성 크기의 70~80%에 달하는 천체들이 줄줄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태양계 행성이 수십 개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국제천문연맹은 더 이상 모호한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습니다. 2006년 8월 14일부터 25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26차 IAU 총회에서 행성의 정의를 명확히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 제안된 정의는 의외로 명왕성에게 유리했습니다. 태양을 공전하고,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유지할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진 천체를 행성으로 정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의대로라면 명왕성뿐만 아니라 에리스, 세레스, 심지어 카론까지 행성이 되어 태양계는 12개 이상의 행성을 갖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 정의에 반발했습니다. 행성과 소행성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앞으로 발견될 수많은 천체들도 모두 행성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격렬한 토론 끝에 8월 24일, 세 번째 조건이 추가된 새로운 정의가 통과되었습니다. 행성은 반드시 '궤도 주변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조건은 명왕성의 운명을 결정짓는 독약이었습니다. 명왕성은 해왕성과 궤도가 교차하고, 수많은 카이퍼 벨트 천체들과 궤도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2,500명의 천문학자 중 단 424명만이 투표에 참여했고, 그중 237명이 새로운 정의에 찬성했습니다.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미 귀국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투표였기에 정당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왜소행성 명왕성, 그리고 계속되는 논쟁

새로운 분류 체계에서 명왕성은 '왜소행성(dwarf planet)'이라는 새로운 범주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왜소행성은 태양을 공전하고 구형을 유지할 만큼의 질량을 가졌지만, 궤도 주변을 정리하지 못한 천체를 의미합니다. 명왕성과 함께 소행성대의 세레스, 그리고 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가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 결정에 대한 반발은 즉각적이고 광범위했습니다. 뉴멕시코와 일리노이 주의회는 명왕성을 여전히 행성으로 인정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명왕성 발견자 톰보의 미망인은 깊은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과학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앨런 스턴을 비롯한 많은 행성과학자들은 '궤도 정리' 조건이 자의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지구조차도 수많은 근지구 소행성들과 궤도를 공유하고 있으며, 만약 지구가 명왕성 거리에 있었다면 궤도를 정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15년 7월 14일,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며 전송한 이미지는 논쟁에 새로운 불을 지폈습니다. 명왕성은 예상과 달리 지질학적으로 매우 활발한 천체였습니다. 질소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하트 모양의 평원, 3,500미터 높이의 물 얼음 산맥, 대기 중 안개층, 그리고 최근까지 활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얼음 화산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복잡성은 많은 '진짜' 행성들보다도 뛰어난 것이었습니다. 2019년, IAU의 행성 정의를 다시 검토하자는 제안이 제출되었지만 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물리학적 행성' 개념을 제안하며, 구형을 유지할 만큼 큰 모든 천체를 행성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달과 유로파 같은 대형 위성들도 행성이 됩니다. 명왕성 논쟁은 단순한 명칭 문제를 넘어 과학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자연을 인간이 만든 범주로 나누는 것이 타당한가? 과학적 분류는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는가? 문화적 영향력이 과학적 결정에 개입해도 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명왕성이 행성이든 왜소행성이든 관계없이,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