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흔한 행성 종류인데 우리 태양계에는 없다는 사실이 믿기시나요? 슈퍼지구와 미니넵튠, 이 신비로운 중간 크기 행성들의 정체를 파헤쳐 봅니다.

슈퍼지구와 미니넵튠 : 우주의 비밀
케플러 망원경이 본격적으로 외계행성을 쏟아내기 시작했을 때 천문학자들은 당혹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발견되는 행성들 중 상당수가 지구보다는 크지만 해왕성보다는 작은, 태양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중간 크기였던 것이다. 지구 반지름의 1.25배에서 4배 사이에 해당하는 이 행성들은 전체 외계행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했다. 문제는 이런 크기의 행성이 태양계에는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는 지구 크기의 암석 행성과 목성 크기의 가스 행성만 있을 뿐, 그 중간은 텅 비어 있다. 마치 옷 가게에서 S 사이즈와 XL 사이즈만 있고 M과 L이 품절된 것처럼 이상한 상황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중간 크기 행성들을 두 부류로 나눴다. 좀 더 작고 단단한 것을 슈퍼지구, 좀 더 크고 기체로 덮인 것을 미니넵튠이라 불렀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서부터 슈퍼지구가 끝나고 미니넵튠이 시작되는지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이 경계선을 찾는 것이 행성 형성 이론의 핵심 퍼즐 중 하나가 됐다.
크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행성의 정체성
슈퍼지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모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만한 곳은 아니다. 실제로 슈퍼지구의 대부분은 지구와 완전히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것은 표면 온도가 수천 도에 달하는 용암 행성이고, 어떤 것은 두꺼운 대기에 짓눌려 압력솥처럼 작동한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구성 성분이다. 슈퍼지구는 주로 암석과 금속으로 이뤄진 단단한 표면을 가진 행성을 말한다. 지구 질량의 2배에서 10배 정도 되며, 강한 중력 때문에 대기를 붙잡아둘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니넵튠은 암석 핵 위에 두꺼운 수소와 헬륨 대기를 가진 행성이다. 해왕성의 작은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크기는 지구의 2배에서 4배 정도지만, 대부분의 부피가 가스로 채워져 있어 밀도가 낮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경계는 대략 지구 반지름의 1.6배에서 2배 사이로 추정된다. 이 크기를 기준으로 작으면 암석 행성, 크면 가스를 많이 가진 행성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 반지름의 1.7배가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한다. 이보다 작으면 대부분 슈퍼지구, 크면 미니넵튠이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실제 관측 데이터를 보면 이 크기 근처에서 행성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됐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반지름 골짜기'라고 부른다.
왜 태양계에는 이런 행성이 없을까
가장 큰 수수께끼는 왜 태양계에만 슈퍼지구와 미니넵튠이 없느냐는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행성 유형이 우리 집에는 없다니 아이러니하다. 여러 가설이 제시됐지만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 한 가지 가능성은 목성의 존재다. 목성이 일찍 형성되면서 태양계 내부의 물질을 휩쓸어버렸고, 그 때문에 큰 암석 행성이 만들어질 재료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가설은 초기 태양계의 역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중간 크기 행성들이 태양에 떨어지거나 밖으로 튕겨나갔다는 것이다. 슈퍼지구와 미니넵튠은 생명체 탐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골디락스 존에 있는 슈퍼지구는 지구보다 더 오래 지질활동을 유지하고 두꺼운 대기를 가질 수 있어 생명체에게 유리할 수 있다. 반면 미니넵튠은 표면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형태의 생명체는 살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니넵튠이 대기를 잃고 슈퍼지구로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별의 강한 복사에 노출되면 가스 대기가 증발하면서 암석 핵만 남는다는 것이다. 이런 '벗겨진' 행성들도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 제임스 웹 망원경이 이 행성들의 대기를 분석하면 더 많은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어쩌면 생명의 흔적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태양계가 특별한 건지, 아니면 우주에서 오히려 예외적인 건지, 그 답을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