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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그니처의 과학, 대기 속 생명의 흔적을 찾아서

by 바다011 2025. 11. 21.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생명체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을까요? 산소, 메탄, 오존 같은 특정 기체들은 생명 활동의 결정적 단서가 됩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열어가는 바이오시그니처 탐색의 새로운 시대를 들여다봅니다. 본문에서 바이오시그니처의 과학, 대기 속 생명의 흔적을 찾아봅시다

 

바이오시그니처의 과학
바이오시그니처의 과학

 

바이오시그니처의 과학

외계 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수십 광년 떨어진 행성에 직접 가볼 수는 없다. 표면을 직접 촬영하기도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대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생명체는 주변 환경을 변화시킨다. 광합성을 하는 생물은 산소를 내뿜고, 호흡하는 생물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미생물은 메탄을 만들고, 식물은 염록소를 생산한다. 이런 물질들이 대기에 축적되면 화학적 불균형이 생긴다. 자연 상태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조합이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이오시그니처, 즉 생명의 징후라 부른다. 지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대기의 21퍼센트가 산소다. 산소는 매우 반응성이 높아서 금속을 녹슬게 하고 암석과 결합한다. 만약 계속 보충되지 않으면 수백만 년 안에 사라진다. 그런데 지구 대기에는 엄청난 양의 산소가 있다. 왜일까? 식물과 남조류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에 산소가 많다는 건 생명체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물론 함정도 있다. 산소가 있다고 무조건 생명이 있는 건 아니다. 물 분자가 자외선에 분해돼도 산소가 생긴다. 반대로 생명이 있어도 산소가 없을 수 있다. 초기 지구에는 생명이 있었지만 산소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여러 기체를 조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주요 바이오시그니처 기체들의 특징

가장 강력한 바이오시그니처는 산소와 메탄의 공존이다. 이 둘은 화학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산소는 메탄을 산화시켜 분해한다. 둘이 동시에 존재하려면 누군가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지구에서는 미생물이 메탄을 생산하고 식물이 산소를 만든다. 둘 다 대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건 생물학적 활동의 명백한 증거다. 오존은 또 다른 중요한 지표다. 오존은 산소 분자 세 개가 결합한 것인데, 성층권에 오존층을 형성한다. 오존의 존재는 대기에 산소가 많다는 뜻이고, 따라서 광합성 생물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게다가 오존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스펙트럼 특성이 뚜렷해서 감지하기 쉽다. 아산화질소는 박테리아가 질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지구 대기의 극미량만 존재하지만, 화산이나 번개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완전히 생물학적인 기체다. 만약 외계 행성에서 검출된다면 생명의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인산화수소는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시그니처다. 2020년 금성 대기에서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나중에 논란이 됐지만 중요성은 부각됐다. 지구에서 인산화수소는 주로 혐기성 박테리아가 만든다. 산소 없는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의 부산물인 것이다. 클로로필과 같은 색소도 바이오시그니처가 될 수 있다. 식물의 엽록소는 빨간색 빛을 흡수하고 녹색을 반사한다. 행성에 식물이 많다면 반사 스펙트럼에서 '레드 에지'라는 특징적인 패턴이 나타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 행성 대기를 분석하는 데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트랜짓 분광법을 사용한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는데, 이때 특정 파장이 흡수된다. 어떤 파장이 흡수됐는지 보면 대기 성분을 알 수 있다.

 

오탐의 위험과 신중한 해석

바이오시그니처 탐색의 가장 큰 문제는 오탐 가능성이다. 생물 없이도 산소가 만들어질 수 있고, 메탄은 화산에서도 나온다. 금성의 인산화수소 논란이 좋은 교훈이다. 처음엔 생명의 증거로 여겨졌지만, 후속 연구에서 측정 오류였거나 화학반응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일 기체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생명 탐지 조합'을 찾는다. 예를 들어 산소, 메탄, 수증기가 동시에 있고, 이산화탄소와 질소도 적절히 있다면 생명 가능성이 훨씬 높다. 또한 행성의 온도, 별로부터의 거리, 암석 행성인지 가스 행성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2023년 제임스 웹은 K2-18b라는 행성 대기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발견했다. 이 행성은 골디락스 존에 있는 미니넵튠이다. 일부에서는 디메틸 설파이드라는 생물학적 기체가 검출됐다고 주장했지만 확실치 않다. 여전히 분석 중이다. TRAPPIST-1 시스템의 행성들도 주목받고 있다. 일곱 개의 지구 크기 행성 중 몇 개는 골디락스 존에 있다. 제임스 웹이 이들의 대기를 스캔하고 있는데, 만약 바이오시그니처가 발견된다면 인류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30미터급 지상 망원경과 차세대 우주 망원경들이 가동되면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수백 개의 지구형 외계 행성 대기를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시그니처 탐색은 단순히 생명을 찾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생명이란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가능한지, 우주에서 얼마나 흔한지 이해하는 여정이다. 만약 확실한 바이오시그니처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우주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임스 웹이 하늘을 향해 눈을 뜬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답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