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조슬린 벨이 발견한 펄서는 초당 수백 회 회전하며 규칙적인 전파 펄스를 방출하는 중성자별로, 그 정확성은 원자시계를 능가합니다. 강력한 자기장이 만드는 좁은 빔이 지구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관측되는 이 현상은 마치 우주의 등대와 같으며, 밀리초 펄서는 15년간 10억분의 1초의 오차도 보이지 않는 놀라운 정밀도를 자랑합니다. 펄서 타이밍 어레이는 은하 규모의 중력파를 검출하는 천연 검출기 역할을 하며, 쌍성 펄서 시스템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소수점 14자리까지 검증했습니다. 마그네타로 진화한 일부 펄서는 지구 자기장의 1000조 배에 달하는 자기장으로 감마선 폭발을 일으키며, 펄서 행성계의 발견은 극한 환경에서도 행성이 형성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LGM-1: 외계인 신호로 오해받은 발견
1967년 11월 28일, 케임브리지 대학의 대학원생 조슬린 벨 버넬은 전파망원경 데이터에서 이상한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매 1.337초마다 정확하게 반복되는 펄스는 너무나 규칙적이어서 인공적인 신호로 의심받았습니다. 연구팀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신호를 'LGM-1(Little Green Men-1)'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당시 천문학계는 이런 규칙적인 신호를 자연 현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변광성조차도 이렇게 정확한 주기를 가질 수 없었고, 일반적인 천체 현상으로는 밀리초 단위의 정밀도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곧 하늘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신호들이 발견되면서 외계 문명 가설은 폐기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천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가 되었고, 지도교수였던 안토니 휴이시는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실제 발견자인 조슬린 벨은 수상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과학계의 성차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펄서의 정체는 곧 밝혀졌습니다. 초신성 폭발로 탄생한 중성자별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자기장 축을 따라 좁은 빔으로 전파를 방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전축과 자기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 빔이 우주를 휩쓸며 지나갑니다. 지구가 이 빔의 경로에 있을 때만 신호를 관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치 등대의 불빛이 회전하며 먼바다의 배에게만 잠깐씩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현재까지 약 3,400개 이상의 펄서가 발견되었으며, 각각은 고유한 '지문'과 같은 펄스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밀리초 펄서: 우주의 가장 정밀한 시계
펄서 중에서도 특별한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밀리초 펄서입니다. 이들은 초당 수백 회, 가장 빠른 것은 716회까지 회전합니다. PSR J1748-2446ad라는 이 펄서는 표면이 빛의 속도의 24%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회전 속도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답은 '재활용'에 있습니다. 일반 펄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전 에너지를 잃고 느려집니다. 그러나 쌍성계에 있는 펄서는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운동량을 얻어 다시 빨라지는 것입니다. 마치 죽어가던 팽이에 다시 힘을 가해 회전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밀리초 펄서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그 정밀도입니다. PSR J0437-4715는 15년간의 관측에서 10억분의 1초의 오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현존하는 최고의 원자시계보다도 정확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정밀도는 펄서를 천연 실험실로 만듭니다. 과학자들은 펄서 타이밍을 이용해 다양한 물리 현상을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펄서 신호가 태양계 행성들 근처를 지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지연을 측정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쌍성 펄서 PSR B1913+16의 관측은 중력파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했고, 이는 2017년 LIGO의 직접 검출보다 40년 앞선 성과였습니다. 펄서 타이밍 어레이(PTA)는 더욱 야심 찬 프로젝트입니다. 수십 개의 밀리초 펄서를 동시에 관측하여 은하 규모의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시도입니다. 초대질량 블랙홀 쌍성이 만드는 나노헤르츠 중력파는 펄서 신호에 특징적인 패턴을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NANOGrav 팀은 15년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러한 배경 중력파의 존재를 시사하는 증거를 발표했습니다.
극한의 실험실: 마그네타와 펄서 행성
일부 펄서는 더욱 극단적인 특성을 보입니다. 마그네타라 불리는 이들은 10^15 가우스에 달하는 우주 최강의 자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 중성자별보다 1000배, 지구 자기장보다 1000조 배 강한 것입니다. 2004년 12월 27일, SGR 1806-20이라는 마그네타에서 발생한 거대 플레어는 5만 광년 떨어진 지구의 전리층을 교란시킬 정도였습니다. 0.2초 동안 방출된 에너지는 태양이 15만 년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와 맞먹었습니다. 만약 이 마그네타가 10광년 거리에 있었다면, 지구의 오존층은 완전히 파괴되었을 것입니다. 마그네타의 표면에서는 양자전기역학의 극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진공이 복굴절을 일으키고, 광자가 분열하거나 합쳐지는 등 지구에서는 재현 불가능한 현상들이 관측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펄서 주변에서 행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입니다. 1992년 PSR B1257+12 주변에서 최초의 외계행성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주계열성 주변에서 발견된 것보다 3년 앞선 것이었습니다. 초신성 폭발에서 살아남거나 폭발 후 잔해에서 형성된 이 '좀비 행성'들은 극한 환경에서도 행성 형성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펄서 풍은 초속 10만 킬로미터의 상대론적 입자들을 방출합니다. 이것이 주변 성간 물질과 충돌하면서 펄서 풍 성운을 만듭니다. 게 성운의 중심에 있는 펄서는 초당 30회 회전하며, 성운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이 펄서 하나가 태양 10만 개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펄서는 또한 우주 항법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NASA는 X선 펄서를 이용한 우주선 자율 항법 시스템 NICER를 개발했습니다. 펄서의 정확한 위치와 주기를 알면, 우주선이 태양계 어디에 있든 자신의 위치를 10킬로미터 오차 내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GPS 없는 심우주 탐사에 혁명을 가져올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