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대적점은 지구 2~3개가 들어갈 만큼 거대한 반시계방향 고기압성 폭풍으로, 최소 35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태양계 최장수 기상 현상입니다. 시속 680킬로미터에 달하는 폭풍이 어떻게 수 세기 동안 유지될 수 있는지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온 수수께끼였습니다. 주노 탐사선의 최신 관측 데이터는 대적점이 깊이 500킬로미터 이상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목성 내부의 열 대류와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흥미롭게도 대적점은 19세기 이래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색깔도 주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적점의 형성 메커니즘부터 최근 관측된 놀라운 변화들, 그리고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종합적으로 다룹니다.

목성의 대적점: 지구보다 거대한 폭풍의 정체
1665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카시니가 처음 관측한 이래, 목성의 대적점은 인류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이 거대한 타원형 폭풍은 동서 방향으로 약 16,350킬로미터, 남북 방향으로 10,940킬로미터에 달해, 지구를 통째로 삼키고도 남을 크기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크기만이 아닙니다. 대적점 가장자리의 풍속은 시속 680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이는 지구상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극한의 폭풍이 최소 359년, 어쩌면 그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의 허리케인이 기껏해야 몇 주 만에 소멸하는 것과 비교하면 실로 경이로운 현상입니다. 대적점의 붉은색은 그 자체로 미스터리입니다. 목성 대기의 주성분인 수소와 헬륨은 무색이며, 메탄과 암모니아도 붉은색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대적점 상층부의 암모니아와 아세틸렌이 태양 자외선과 반응하여 복잡한 유기 화합물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 화합물들이 마치 자연의 염료처럼 작용하여 특징적인 붉은 빛을 만들어낸다고 추정됩니다. 2019년 주노 탐사선은 대적점 위를 직접 통과하며 전례 없는 근접 관측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대적점이 단순한 표면 현상이 아니라 목성 대기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중력장 측정 결과, 대적점은 구름 꼭대기로부터 약 500킬로미터 깊이까지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지구 대기권 전체 두께의 5배에 달하는 깊이입니다. 이러한 깊은 구조는 대적점이 표면의 바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역학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거대폭풍의 비밀: 불멸의 폭풍을 유지하는 메커니즘
대적점이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는 비밀은 목성의 독특한 환경과 폭풍 자체의 특성에 있습니다. 첫째, 목성에는 지구와 달리 육지가 없습니다. 지구에서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하면 마찰과 수분 공급 차단으로 급속히 약화되지만, 목성의 대기는 끝없이 이어지는 가스의 바다입니다. 폭풍을 방해할 물리적 장애물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둘째, 대적점은 고기압성 회전을 합니다. 북반구에서 시계방향으로 도는 고기압은 주변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며, 외부 교란에 대한 저항력이 강합니다. 실제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목성과 같은 환경에서 고기압성 소용돌이가 저기압성 소용돌이보다 훨씬 오래 지속됨을 보여줍니다. 셋째, 대적점은 주변의 작은 폭풍들을 흡수하여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지상 망원경의 장기 관측 결과, 대적점이 근처를 지나가는 작은 소용돌이들을 '잡아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레드 스팟 주니어'라 불리는 작은 붉은 폭풍이 대적점에 접근했다가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폭풍 식인' 현상은 대적점에 지속적인 에너지와 각운동량을 공급합니다. 넷째, 목성 내부의 열이 핵심 동력원입니다. 목성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보다 1.7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는 행성 형성 시의 중력 수축 열이 아직도 방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내부 열은 강력한 대류를 일으켜 대적점의 깊은 뿌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다섯째, 로스비 파동이라는 행성 규모의 파동이 대적점을 안정화시킵니다. 목성의 빠른 자전(9시간 55분)은 강력한 코리올리 효과를 만들고, 이는 대규모 파동을 생성합니다. 이 파동들이 대적점 주변에서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여 폭풍이 분산되는 것을 막습니다. 최근 연구는 더욱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대적점 아래의 깊은 대기층에 수직 방향의 '폭풍 기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둥이 마치 팽이의 축처럼 대적점을 안정화시키고, 표면과 깊은 대기 사이의 에너지 교환을 매개한다는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축소하는 거인: 대적점의 미래
영원할 것 같던 대적점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880년대 관측 기록에 따르면 당시 대적점의 동서 길이는 약 41,000킬로미터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16,350킬로미터로, 140년 만에 크기가 60% 감소했습니다. 특히 21세기 들어 축소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매년 약 230킬로미터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40년경 대적점은 완전한 원형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색깔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2014년에는 대적점이 유난히 진한 붉은색을 띠었다가, 2017년에는 주황색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러한 색 변화는 대기 상층부의 화학 조성이나 온도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색 변화가 대적점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적점의 높이도 변하고 있습니다. 구름 꼭대기의 고도가 과거보다 높아졌는데, 이는 폭풍이 수직적으로 늘어나면서 수평적으로는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마치 회전하는 아이스 스케이터가 팔을 몸에 붙이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대적점도 크기가 줄면서 회전 속도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적점은 정말 사라질까요? 과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일부는 현재의 축소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 내에 소멸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반면 다른 이들은 대적점이 일정 크기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평형 상태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목성에는 대적점 외에도 여러 개의 장수 폭풍이 존재합니다. 2000년에 세 개의 백색 타원형 폭풍이 합쳐져 형성된 '타원 BA'는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레드 스팟 주니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는 대적점이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거대 폭풍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적점 연구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중요한 과학적 의미를 갖습니다. 극한 환경에서의 유체 역학, 행성 대기의 장기 안정성, 그리고 외계 행성의 기상 현상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대적점이 결국 사라진다면, 그것은 한 시대의 끝이자 동시에 목성 대기 역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