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주위를 도는 게 행성의 기본 정의였지만, 우주에는 주인 없이 홀로 떠도는 행성들이 있습니다. 은하수에만 수십억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떠돌이 행성의 비밀을 탐험해 봅니다. 별 없이 우주를 떠도는 고독한 방랑자, 떠돌이 행성의 세계로 떠나볼까요?

어둠 속을 홀로 떠도는 존재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반짝이는 별들이 보인다. 그 별들 주위에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행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별에 속하지 않은 채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도는 행성들도 있다. 이들을 우리는 떠돌이 행성, 영어로는 로그 플래닛이라 부른다.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존재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개념이었다. 행성 형성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초기 혼란기에 일부 행성이 중력 상호작용으로 별계에서 튕겨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내기는 극도로 어려웠다. 별 없이 홀로 떠다니는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니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뀐 건 중력 마이크로렌즈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부터다. 2011년, 일본과 뉴질랜드 공동 연구팀이 목성 크기의 떠돌이 행성 10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별에서 10천문단위 이상 떨어진 곳에 있거나, 아예 별이 없었다. 천문학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계산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이런 떠돌이 행성이 별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떠돌이가 되는 두 가지 경로
떠돌이 행성이 생겨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방출 시나리오다. 행성은 별 주위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났지만, 이후 다른 행성이나 별과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궤도를 잃고 우주 공간으로 튕겨나간 경우다. 초기 태양계도 엄청난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성과 토성이 위치를 바꾸며 안쪽 행성들을 휘저었고, 해왕성은 바깥쪽으로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얼음 행성 하나가 완전히 태양계 밖으로 날아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다중 행성계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행성 하나당 평균 1~2개의 행성이 방출된다. 특히 목성급 거대 행성이 있으면 작은 행성들이 쉽게 튕겨나간다. 둘째는 독립 형성 시나리오다. 별이 형성되는 성운에서 행성이 별과 독립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다. 사실 이건 행성이라기보다 아주 작은 갈색왜성에 가깝다. 갈색왜성은 별이 되기엔 질량이 부족한 천체인데, 떠돌이 행성 중 일부는 이렇게 독립적으로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제임스 웹 망원경이 오리온성운에서 목성 질량 정도의 작은 천체들을 다수 발견했다. 이들은 행성처럼 작지만 별처럼 독립적으로 형성됐다. 학자들은 이를 JuMBO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부른다. 떠돌이 행성의 크기 범위는 매우 넓다. 지구보다 작은 것부터 목성의 10배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가장 작은 떠돌이 행성은 발견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앞으로 난시 로만 우주망원경 같은 차세대 관측 장비가 가동되면 지구 크기의 떠돌이 행성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은 별빛 없이도 가능할까
떠돌이 행성의 환경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심 별이 없으니 빛도 열도 거의 없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죽은 세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떠돌이 행성에서도 생명이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성 내부의 방사성 붕괴열과 조석 가열이 지하 바다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성의 위성 유로파는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얼음 껍질 아래 액체 물의 바다를 가지고 있다. 떠돌이 행성이 두꺼운 대기를 가지고 있다면 온실효과로 표면 온도를 유지할 수도 있다. 또한 떠돌이 행성이 위성을 가지고 있다면 조석 가열로 위성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건 추측일 뿐이다. 떠돌이 행성을 직접 탐사하려면 수십만 년은 걸릴 것이다. 가장 가까운 떠돌이 행성도 수백 광년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상해보라. 어둠 속을 영겁의 시간 동안 떠도는 행성. 별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어쩌면 독자적인 생태계가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우주는 영원한 밤이지만, 그 밤이 전부인 세계에서는 어둠이 곧 정상이다. 떠돌이 행성은 우주가 얼마나 광활하고 다양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가 행성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의조차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별에 속한 행성만이 행성인가? 아니면 떠돌이도 동등한 행성인가? 우주는 우리의 상식을 끊임없이 시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