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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가 밝힌 명왕성의 진짜 모습, 85년 만에 찾아온 손님

by 바다011 2025. 12. 3.

2015년 7월 14일, 인류가 만든 탐사선이 처음으로 명왕성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9년 반의 여정 끝에 도착한 뉴호라이즌스는 작고 춥고 죽은 세계일 거라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놀라운 발견들을 보내왔습니다. 오늘은 뉴호라이즌스가 밝힌 명왕성의 진짜 모습, 85년 만에 찾아온 손님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뉴호라이즌스와 명왕성
뉴호라이즌스와 명왕성

 

뉴호라이즌스, 태양계 끝으로 떠난 작은 탐사선

2006년 1월 19일, 아틀라스 V 로켓이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발사됐다. 피아노만 한 크기의 탐사선 뉴호라이즌스를 싣고 있었다. 목적지는 명왕성, 거리는 50억 킬로미터였다. 인류가 방문한 적 없는 유일한 옛 행성이었다. 명왕성은 1930년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했다. 75년 동안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이었지만 2006년 행성 지위를 잃었다. 왜소 행성으로 강등됐다. 하지만 그것이 명왕성의 신비를 줄이진 못했다.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했다. 명왕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몰랐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도 흐릿한 점으로만 보였다. 표면 온도는 영하 230도, 태양빛은 지구의 천분의 일밖에 안 닿는다. 얼어붙은 죽은 세계일 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뉴호라이즌스는 태양계를 떠난 가장 빠른 탐사선이었다. 발사 9시간 만에 달 궤도를 통과했다. 아폴로는 3일 걸렸던 거리였다. 2007년 목성을 스윙바이하며 가속했다.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시속 8만 킬로미터로 속력을 높였다. 그 후 9년간 동면 모드로 날아갔다. 전력을 아끼고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가끔 깨어나 상태를 점검하고 다시 잠들었다. 2015년 1월, 명왕성이 가까워지자 뉴호라이즌스가 깨어났다. 카메라를 켜고 명왕성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점이었지만 점점 커졌다. 과학자들은 흥분했다.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하트 모양의 평원과 얼음 산맥

2015년 7월 14일,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서 1만 2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통과했다. 최근접 통과 순간이었다. 시속 5만 킬로미터로 스쳐 지나가며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다. 통신 속도가 너무 느려서 모든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16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첫 이미지만으로도 세상은 충격에 빠졌다. 명왕성은 아름다웠다. 표면에 거대한 하트 모양이 있었다. 스푸트니크 평원이라 이름 붙여진 이 지역은 폭 1천 킬로미터에 달했다. 놀랍게도 크레이터가 하나도 없었다. 즉 지질학적으로 매우 젊다는 뜻이었다. 명왕성은 죽은 세계가 아니었다. 살아있었다. 평원은 질소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빙하처럼 천천히 흐르며 표면을 새롭게 만들고 있었다. 다각형 패턴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대류 현상의 증거였다. 얼음 아래에서 열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열이 나오는 걸까? 명왕성은 너무 작아서 내부 열이 식었어야 했다. 서쪽엔 얼음 산맥이 있었다. 높이가 3.5킬로미터나 됐다. 물 얼음으로 만들어진 산이었다. 명왕성의 온도에선 물 얼음이 암석처럼 단단하다. 질소 얼음은 너무 약해서 산을 이룰 수 없다. 대기도 있었다. 질소가 주성분인 희박한 대기였지만 예상보다 훨씬 두꺼웠다. 대기는 우주로 천천히 탈출하고 있었다. 초속 1킬로그램씩 잃고 있었다. 수십억 년 후엔 대기가 사라질 것이다. 표면 색깔도 다양했다. 붉은 지역, 회색 지역, 밝은 지역이 뒤섞여 있었다. 붉은색은 톨린이라는 유기물 때문이었다. 대기에서 자외선이 메탄을 분해해 만든 복잡한 분자였다. 명왕성은 복잡한 화학 공장이었다. 위성 카론도 관측했다. 지름 1천2백 킬로미터로 명왕성의 절반 크기였다. 카론은 북극이 붉었다. 명왕성에서 탈출한 메탄이 카론에 쌓여 톨린으로 변한 것이었다. 명왕성과 카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중 행성이었다.

 

카이퍼 벨트 너머로, 계속되는 여정

명왕성 플라이바이는 성공이었지만 끝이 아니었다. 뉴호라이즌스는 계속 날아갔다. 다음 목표는 카이퍼 벨트 천체였다. 2014년 허블 망원경이 적합한 목표를 찾았다. 명왕성에서 16억 킬로미터 더 먼 곳에 있는 작은 천체 2014 MU69였다. 나중에 아로코스라는 이름을 받았다. 2019년 1월 1일, 뉴호라이즌스가 아로코스를 3천5백 킬로미터 거리에서 통과했다. 인류가 방문한 가장 먼 천체였다. 길이 36킬로미터의 눈사람 모양 천체였다. 두 개의 둥근 덩어리가 붙어있는 형태였다. 태양계 탄생 초기에 두 천체가 천천히 충돌해 붙은 것으로 보였다. 표면은 크레이터로 뒤덮여 있었다. 45억 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아로코스는 태양계 탄생의 화석이었다. 원시 태양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뉴호라이즌스는 지금도 날아가고 있다. 초속 14킬로미터로 태양계를 벗어나는 중이다. 2038년쯤이면 보이저 1호와 2호가 있는 헬리오포즈에 도달할 것이다. 그때까지 계속 과학 관측을 할 계획이다. 전력은 2030년대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왕성 탐사의 유산은 계속된다. 뉴호라이즌스의 발견으로 명왕성은 과소평가된 세계에서 복잡하고 역동적인 천체로 재평가됐다. 작다고 죽은 게 아니었다. 행성 지위를 잃었지만 과학적 중요성은 오히려 커졌다. 명왕성형 천체라는 새로운 분류가 만들어졌다. 카이퍼 벨트에는 수천 개의 명왕성형 천체가 있다. 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같은 것들이다. 이들도 명왕성처럼 복잡한 세계일 수 있다. 누군가는 명왕성 궤도선 미션을 제안한다. 궤도를 돌며 장기간 관측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50억 킬로미터를 가서 궤도에 진입하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하다. 당분간은 어렵다. 뉴호라이즌스는 단 한 번의 플라이바이였지만 충분했다. 85년 만에 찾아온 손님은 명왕성의 비밀을 벗겨냈다. 차갑고 어두운 태양계 변두리에도 경이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탐사선은 계속 날아간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