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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 25년의 기록, 하늘에 떠 있는 인류의 집

by 바다011 2025. 11. 30.

 

1998년 첫 모듈 발사 이후 25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국제 협력 프로젝트입니다. 지구 상공 400킬로미터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우주 생활과 과학 실험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오늘은 본문에서 국제우주정거장 25년의 기록, 하늘에 떠 있는 인류의 집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
국제우주정거장

 

냉전의 적이 파트너가 되다

1998년 11월 20일, 러시아의 프로톤 로켓이 자리야 모듈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첫 조각이었다. 2주 후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유니티 모듈을 가져와 연결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불과 10년 전까지 우주 경쟁으로 대립하던 미국과 러시아가 함께 우주정거장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냉전이 끝나자 양국은 각자 계획하던 우주정거장을 포기하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 미국의 프리덤 계획과 러시아의 미르-2 계획이 합쳐져 국제우주정거장 ISS가 탄생했다. 유럽우주국, 일본, 캐나다도 참여했다. 총 15개국이 협력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국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건설에는 10년 넘게 걸렸다. 40회가 넘는 발사로 모듈들을 하나씩 올려 조립했다. 우주인들이 160번 이상 우주유영을 하며 거대한 구조물을 완성했다. 2000년 11월, 첫 장기 체류 승무원이 도착했다. 빌 셰퍼드, 유리 기드젠코, 세르게이 크리칼료프 세 명이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25년 넘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이 살고 있다. 인류가 지구 밖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한 가장 긴 기록이다. ISS는 축구장만 한 크기로, 질량은 420톤에 달한다. 인류가 만든 우주 구조물 중 가장 크다. 초속 7.66킬로미터로 지구를 돌며 90분마다 한 바퀴를 돈다. 하루에 16번 일출을 보는 셈이다.

 

무중력 속의 일상과 과학

ISS에서의 생활은 지구와 완전히 다르다.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할 건 무중력이다. 물건은 공중에 떠다니고, 사람은 벽과 천장을 구별하지 못한다. 자는 것도 특별하다. 잠자리가 따로 없고, 벽에 붙은 침낭에 들어가 몸을 고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떠다니다 장비에 부딪힐 수 있다. 화장실 사용도 까다롭다. 변기에 공기 흐름으로 몸을 고정하고, 진공으로 배설물을 빨아들인다. 소변은 정수해서 식수로 재활용한다. 물 한 방울도 귀하기 때문이다. 샤워는 없다. 물방울이 떠다니며 장비를 망가뜨릴 수 있어서다. 대신 물티슈로 몸을 닦는다. 머리를 감을 때는 물을 조금 짜서 머리에 문지르고 수건으로 닦아낸다. 우주인 크리스 해드필드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 물방울이 머리에 달라붙어 있는 게 신기하다. 음식은 대부분 탈수 식품이다. 물을 넣어 불려 먹는다. 소금과 후추도 액체 형태다. 가루가 떠다니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보급선이 올 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운동은 필수다. 무중력에서는 근육과 뼈가 빠르게 약해진다. 하루 2시간씩 러닝머신과 저항 운동기구를 사용한다. 발이 떠오르지 않도록 밴드로 몸을 묶어야 한다. ISS의 주요 목적은 과학 연구다. 무중력 환경에서만 가능한 실험들이 수없이 진행된다. 단백질 결정 성장 실험은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준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결정이 불완전하게 자라지만, 우주에서는 완벽한 결정을 만들 수 있다. 재료과학 실험도 활발하다. 금속 합금을 무중력에서 만들면 대류가 없어서 균일한 재료가 만들어진다. 생물학 실험도 중요하다. 쥐, 물고기, 식물을 키우며 무중력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장기 우주 비행을 위한 필수 데이터다.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초기지

ISS는 국제 협력의 상징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립하는 와중에도 ISS에서는 협력이 계속됐다. 정치적 긴장과 무관하게 우주에서는 함께 일한다.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이 미국 우주인을 실어 나르고, 미국 화물선이 러시아 모듈에 보급품을 전달한다. 지구에서는 적이지만 우주에서는 동료다. 지금까지 270명 이상이 ISS를 방문했다. 19개국 출신이다. 가장 오래 체류한 기록은 러시아의 발레리 폴리야코프가 미르에서 세운 437일이지만, ISS에서는 마크 밴디 헤이가 355일을 보냈다. 페기 윗슨은 여성 최장 기록인 665일을 ISS에서 보냈다. 우주유영 기록도 놀랍다. 아나톨리 솔로비요프는 총 82시간 우주유영을 했다. 지구 밖에서 3일 반을 보낸 셈이다. 관광객도 ISS를 방문했다. 2001년 데니스 티토가 2천만 달러를 내고 일주일을 보냈다. 이후 일곱 명의 우주 관광객이 더 다녀갔다. 최근에는 민간 우주인 프로그램이 활발해지고 있다. ISS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원래 2024년까지 운영 예정이었지만 2030년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그 이후는 미지수다. 노후화가 심각하고, 유지비가 연간 30억 달러에 달한다. NASA는 상업 우주정거장으로 전환을 계획 중이다.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도 우주정거장 계획을 발표했다. ISS가 은퇴하더라도 우주정거장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ISS는 인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무중력 생활의 노하우, 장기 우주 체류의 의학 데이터, 국제 협력의 가능성. 이 모든 것이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상공 400킬로미터에서 우주인들은 일하고, 실험하고, 지구를 내려다본다. ISS는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전초기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