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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존, 생명이 살 수 있는 거리

by 바다011 2025. 11. 12.

별과 행성 사이의 적당한 거리,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공간을 우리는 골디락스 존이라 부릅니다. 이 신비로운 영역이 외계 생명체 탐사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지 알아봅시다.

 

골디락스 존
골디락스 존

 

골디락스 존 : 딱 적당한 온도를 찾아서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을 기억하는가? 주인공 소녀는 곰의 집에서 너무 뜨거운 죽도, 너무 차가운 죽도 아닌 딱 적당한 온도의 죽을 먹는다. 천문학자들은 이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우주 공간을 '골디락스 존'이라 명명했다. 정식 명칭은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 즉 해비터블 존이지만 골디락스 존이라는 별명이 훨씬 더 유명해졌다. 이 개념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과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별의 밝기, 행성의 대기 구성, 온실효과의 정도, 심지어 판구조 운동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구가 생명으로 가득 찬 행성이 된 이유는 바로 태양으로부터 딱 적당한 거리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가까웠다면 금성처럼 뜨거운 지옥이 됐을 것이고, 조금만 멀었다면 화성처럼 얼어붙은 사막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별 주변에도 이런 '딱 적당한 공간'이 존재할까? 그리고 그곳에는 정말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물이 흐르는 행성을 찾기 위한 조건들

골디락스 존의 핵심은 액체 상태의 물이다. 생명체, 적어도 우리가 아는 형태의 생명체는 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물은 화학반응의 매개체이자 생명 활동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행성 표면에 액체 물이 존재하려면 온도가 섭씨 0도에서 100도 사이여야 한다. 너무 추우면 얼음이 되고, 너무 뜨거우면 증발해 버린다. 이 온도 범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당연히 별까지의 거리다. 태양계의 경우 골디락스 존은 대략 금성 궤도와 화성 궤도 사이로 추정된다. 지구는 정확히 이 영역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별마다 밝기가 다르므로 골디락스 존의 위치도 천차만별이다. 뜨겁고 밝은 청색 거성 주위에서는 골디락스 존이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반대로 어둡고 차가운 적색왜성 주위에서는 골디락스 존이 별에 바짝 붙어 있다. TRAPPIST-1 같은 적색왜성 시스템에서는 행성들이 태양-수성 거리보다도 가까운데 여전히 골디락스 존 안에 들어간다. 재미있는 건 골디락스 존이 고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밝아지므로 골디락스 존도 바깥쪽으로 이동한다. 수십억 년 후 태양이 더 밝아지면 지구는 골디락스 존에서 벗어나 금성처럼 뜨거워질 것이다. 또한 행성의 대기도 중요하다. 두꺼운 대기는 온실효과를 일으켜 행성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골디락스 존 바깥쪽에 있어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완벽한 위치를 넘어서는 생명의 가능성

최근 들어 천문학자들은 골디락스 존의 개념을 재검토하고 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처럼 골디락스 존 한참 밖에 있는 천체에서도 지하 바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위성들은 태양에서 너무 멀어서 표면이 꽁꽁 얼어 있지만, 내부에서 발생하는 조석 가열 때문에 얼음 껍질 아래 액체 물이 존재한다. 이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테스 위성이 발견한 수천 개의 외계행성 중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것은 수십 개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한 진정한 의미의 지구형 행성은 손에 꼽는다. 케플러-452b, 프록시마 센타우리 b, TRAPPIST-1e 같은 행성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런 행성들의 대기를 분석해 산소, 메탄, 수증기 같은 바이오시그니처를 찾고 있다. 만약 발견된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 될 것이다.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존재가 있다는 증거 말이다. 골디락스 존은 단순히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조건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기적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