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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m 마라톤 대회 처음 나간 날 — 긴장과 설렘의 기록

바다011 2026. 6. 15. 04:18
🏃 러닝 일지 📅 2026년 5월 ⏱ 읽는 시간 약 10분

대회 접수를 클릭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습니다. "5km잖아, 그냥 달리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신청 완료 화면을 보는 순간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대회는 처음이었고, 같이 달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번호표를 받는 것도, 출발선에 서는 것도,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도 전부 처음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날의 기록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솔직하게.

 

5km 마라톤 대회 처음 나간 날
5km 마라톤 대회 처음 나간 날


대회 전날 밤 — 잠이 안 왔습니다

전날 밤 11시에 이미 짐을 다 싸놨습니다. 러닝화, 양말, 번호표 핀 4개, 에너지젤 하나(5km에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스마트폰 알람을 6시, 6시 5분, 6시 10분, 6시 15분으로 4개를 맞춰놨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았는데 새벽 1시까지 잠이 안 왔습니다.

"내일 완주 못하면 어떡하지. 중간에 걷게 되면. 꼴찌면 어떡하지."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정말 진지한 걱정이었습니다. 사실 대회 출전을 결심하게 된 건 두 달 전부터 꾸준히 5km를 달려오면서 "한 번쯤 공식 기록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날이 다가오니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 설마 완주 못하면 😰 꼴찌가 되면 🙌 첫 공식 기록 기대 ✨ 완주하면 뭔가 달라질 것 같은

대회 당일 아침 — 7시 30분부터 타임라인

 
AM 06:20 · 기상
알람 두 개 무시하고 세 번째에 일어남. 바나나 하나와 물 한 컵. 밥은 못 먹겠다. 위가 이미 긴장 상태.
 
AM 07:10 · 대회장 도착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러닝화 신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 다들 나보다 훨씬 준비된 것처럼 보임. 급격히 쪼그라드는 자존감.
 
AM 07:30 · 번호표 수령
번호표 F-2847. 유니폼에 핀 4개로 달아봤는데 자꾸 삐뚤어짐. 옆에서 베테랑처럼 보이는 분이 능숙하게 달고 있는 걸 힐끔힐끔 봄.
 
AM 08:00 · 출발선 집결
수백 명이 한데 모이기 시작. 여기서 처음으로 실감 남. 앞쪽에는 얇은 다리에 카본화를 신은 분들이 보임. 나는 최대한 뒤로 빠짐.
 
AM 08:20 · 출발
총성이 울리고, 군중이 움직이기 시작. 처음 30초는 그냥 앞 사람 뒤를 따라가는 것뿐.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느낌.
 
AM 08:43 · 완주
결승선 통과. 공식 기록 28분 37초.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이 촉촉해짐. 왜 울컥한지 모르겠는데 울컥함.

실제로 달리면서 — 1km마다 달랐습니다

5km가 다 똑같지 않았습니다. 1km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도, 몸 상태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나중에 GPS 기록을 보고 제가 얼마나 페이스 조절을 못 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구간 페이스 당시 상태 머릿속
0~1km 5'02" 신나서 너무 빠름 "와 나 잘 달리는 것 같은데?"
1~2km 5'28" 살짝 숨 차기 시작 "어? 왜 이렇게 힘들지"
2~3km 6'10" 종아리 묵직함 "첫 1km를 너무 빨리 달렸다"
3~4km 5'48" 안정 찾기 시작 "이제 2km만 남았다. 할 수 있다"
4~5km 4'58" 결승선 보임 → 스퍼트 "그냥 다 쏟아붓자"
⚠️ 첫 대회의 가장 흔한 실수: 초반 1km를 너무 빨리 달리는 겁니다. 군중의 흥분과 응원이 더해지면 평소보다 페이스가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저도 첫 1km를 훈련 때보다 30초 빠르게 달렸고, 2~3km에서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28:37
공식 기록 · 5km · 2026년 5월
목표했던 30분을 1분 23초 앞당겼습니다.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처음으로 "내가 러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한 10초 동안 멍하게 서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계속 들어오고, 진행 요원이 완주 메달을 목에 걸어줬는데, 그 순간 뭔가 북받치는 게 있었습니다. 딱히 힘들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눈가가 뜨거워지는 느낌. 같이 달린 사람도 없고, 응원해준 지인도 없었는데, 혼자서 그 감정을 처리하는 게 묘했습니다.

완주 메달은 생각보다 작고 가벼웠습니다. 그냥 알루미늄 조각인데, 그 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걸 느꼈습니다.

28:37
공식 기록
5'44"
평균 페이스
1위 ✗
꼴찌도 아님 ✓

첫 대회에서 배운 것 4가지

1
초반 페이스는 반드시 억제해야 합니다
군중, 흥분, 응원 소리가 더해지면 페이스 감각이 흐트러집니다. GPS 워치나 앱으로 첫 500m를 훈련 페이스보다 5~10초 느리게 출발하는 게 오히려 기록에 좋습니다.
2
대회장엔 30분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번호표 달기, 화장실, 워밍업, 출발 구역 확인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빡빡합니다. 저는 일찍 도착했는데도 출발선에 섰을 때 이미 머릿속이 분주했습니다.
3
전날 긴장은 정상입니다 — 연료입니다
잠이 잘 안 오는 것, 위가 당기는 것, 자꾸 시계를 보는 것. 이게 다 대회 당일의 집중력으로 전환됩니다. 긴장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냥 두세요.
4
완주 자체가 목표여야 합니다 — 처음엔
주변 사람과 페이스를 비교하면 반드시 망합니다. 앞에 빠른 사람이 있어도 내 레이스를 달려야 합니다. 첫 대회의 유일한 목표는 끝까지 뛰어서 결승선을 밟는 것입니다.
첫 5km 대회 출전 준비 체크리스트:
번호표 핀 4개 챙기기 · 대회 당일 새 장비 착용 금지 · 출발 2시간 전 소화 잘 되는 식사 · 워밍업 10~15분 · GPS 워치 배터리 완충 · 화장실은 출발 20분 전에 미리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완주 메달을 목에 건 채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약간 부끄러웠는데, 메달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 대회를 검색했습니다. 10km. 그때는 몰랐지만, 그 검색이 다음 챕터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 러닝화를 산 날, 3km를 달리다 멈춘 날, 5km를 처음으로 끊긴 없이 완주한 날, 그리고 대회에 나간 이 날까지. 달리기는 계속 처음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처음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대회 출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신청하세요. 후기는 결승선 넘고 나서 쓰면 됩니다.

여러분의 첫 대회 경험은 어떠셨나요? 🏅
아직 첫 대회를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이 글이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첫 대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