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성장 훈련

하프마라톤 첫 도전 — 준비부터 완주까지 21.0975km의 기록

바다011 2026. 7. 24. 08:48
🏅 Half Marathon

하프마라톤 첫 도전
준비부터 완주까지

21.0975km — 숫자로는 단순한데, 몸으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하프마라톤 📅 2026년 5월 · ⏱ 읽는 시간 약 10분
첫 하프마라톤 공식 기록
2:18:43
목표 2시간 30분 이내 → 11분 17초 초과 달성
21.1km
완주 거리
6'33"
평균 페이스
162bpm
평균 심박
1,840kcal
소모 칼로리

10km 대회를 마치고 6개월, 왜 하프를 신청했나

10km 대회를 63분 32초에 완주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다음 목표를 뭐로 잡을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저녁 아무 생각 없이 서울 봄 하프마라톤 대회 페이지를 열었다. 참가비 55,000원. 환불 불가. 마우스 커서가 결제 버튼 위에 멈췄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10km를 완주했다고 21km를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리가 두 배가 넘으면 체감 난이도는 그 이상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그 불확실함 자체가 도전하고 싶은 이유가 됐다. Next.js 14로 넘어갈 때도 기존 코드가 다 깨질 것 같아서 무서웠지만 그냥 뛰어들었던 것처럼. 결제했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12주였다. 12주 동안 21km를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했다. 그날부터 달리기가 달라졌다.

하프마라톤 첫 도전
하프마라톤 첫 도전
12
준비 기간
등록 ~ 대회 당일
276km
12주 총 훈련 거리
주 평균 23km
18km
최장 롱런 거리
대회 3주 전
1
훈련 중 포기 위기
8주차 롱런 중

12주 훈련 계획 — 어떻게 짰는가

10km 대회 준비 때는 8주 계획을 스스로 짰는데, 하프마라톤은 처음이라 기존 검증된 플랜을 참고했다. Hal Higdon의 하프마라톤 초보자 플랜을 기반으로 내 현재 체력에 맞게 조정했다. 개발로 치면 오픈소스 보일러플레이트를 fork해서 커스텀한 것과 같다.

핵심 원칙은 세 가지였다. 매주 롱런 거리를 2km씩 늘린다. 대회 전 2~3주는 테이퍼링으로 거리를 줄인다. 절대로 매일 달리지 않는다.

📅 12주 훈련 계획 — 주간 총 거리
1주차
22km
롱런 10km 기반 다지기
2주차
24km
롱런 11km
3주차
26km
롱런 13km
4주차
20km
회복 주 — 거리 감소
5주차
28km
롱런 14km
6주차
30km
롱런 15km
7주차
32km
롱런 16km
8주차
24km
2차 회복 주
9주차
34km
롱런 17km
10주차
36km
롱런 18km 최장
11주차
24km
테이퍼링 시작
12주차
🏅
대회 당일 완주
 
일반 훈련 주
 
회복 주
 
테이퍼링
 
대회 당일
💡
하프마라톤 준비에서 롱런이 핵심인 이유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려면 몸이 장시간 지속 달리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그 적응을 만드는 것이 주 1회 롱런입니다. 속도보다 거리가 중요하고, 천천히 달려도 됩니다. 대회 전 최소 16~18km 롱런 경험이 있어야 21km를 마음의 준비와 함께 달릴 수 있습니다. 저는 18km를 마친 후 "이제 3.1km만 더 달리면 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졌습니다.

훈련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 — 8주차 롱런

8주차 토요일, 16km 롱런이 예정돼 있었다. 전날 배포 작업이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수면 5시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훈련 계획에 16km가 적혀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나갔다.

11km를 달렸을 때 다리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그냥 피로감이 아니라, 뭔가 시스템이 경고 신호를 보내는 느낌이었다. 가민이 심박수가 최적 구간을 벗어났다고 알림을 보냈다. 나는 그 상태로 억지로 16km를 채우려다가 14km에서 멈췄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누웠다.

그 날의 교훈은 두 가지였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롱런을 강행하면 안 된다. 그리고 계획을 지키는 것보다 몸의 신호를 읽는 게 먼저다. 이후로 수면이 6시간 이하면 롱런 대신 짧은 이지런이나 완전 휴식을 선택했다.

대회 준비물 — 새 장비는 대회 당일 금지

하프마라톤은 완주 시간이 2~3시간이다. 짧은 거리에서는 문제가 없던 것들이 긴 시간 동안 달리면 문제가 된다. 신발 마찰, 의류 쓸림, 에너지 보충 방식 — 전부 훈련 중에 미리 검증해야 한다. 대회 당일 새로 시도하는 건 절대 금지다.

👟
러닝화 — 200km 이상 길든 것
대회 당일 새 신발은 물집 보장. 충분히 길든 신발로. 제 경우 가민 후원 브랜드 쿠셔닝화를 100km+ 달린 것으로
훈련에서 반드시 검증
🩲
압박 타이즈 + 반바지
사타구니 쓸림 예방이 필수. 타이즈와 반바지 조합이나 타이즈 단독. 10km 이상 롱런에서 미리 테스트
쓸림 테스트 필수
🧴
바셀린 / 스포츠 발크림
겨드랑이, 사타구니, 유두 부위 쓸림 예방. 특히 유두 보호는 남성 러너에게 필수적으로 중요
무조건 챙기기
🍯
에너지 젤 × 2~3개
7km, 14km 구간에서 섭취. 카페인 함유 젤은 훈련 중 먼저 테스트 필수 — 위장 반응이 사람마다 다름
종류별 사전 테스트
가민 포어러너 255
페이스 안정 유지와 심박수 구간 모니터링. 목표 페이스 알람 설정으로 초반 과속 방지
페이스 관리 핵심
🧢
모자 또는 선글라스
직사광선 아래 2시간 이상 달리면 체온이 올라감. 자외선 차단과 눈부심 방지
날씨 따라 선택
🚫
대회 당일 절대 처음 시도하면 안 되는 것들 새 신발 / 처음 입어보는 옷 / 처음 먹어보는 에너지 젤 / 평소와 다른 아침 식사 / 새로 산 워치나 이어폰 / 낯선 달리기 앱 세팅. 하프마라톤은 2시간 이상입니다. 어떤 작은 불편함도 2시간 동안 증폭되면 완주를 방해합니다. 대회 당일은 평소 훈련에서 익숙한 것들만 씁니다.

대회 전날과 당일 아침

📅 대회 전날
  • 배포 작업, 야근 절대 금지 (실제로 일찍 퇴근했다)
  • 저녁 — 파스타 or 쌀밥 기반 탄수화물 식사
  • 소화 어려운 음식 금지 — 매운 것, 기름진 것
  • 수분 충분히 — 저녁까지 1.5L 이상
  • 대회 번호표, 장비 전부 전날 저녁에 준비
  • 가민 페이스 알람 세팅 확인
  • 에너지 젤 배낭 또는 허리 파우치에 미리 넣기
  • 10시 30분 이전 취침 — 알람 5시 30분
🏅 대회 당일 아침
  • 기상 즉시 물 300ml
  • 출발 2.5~3시간 전 아침 식사 (바나나 + 쌀밥 + 계란)
  • 커피 한 잔 (평소 마시던 양 그대로)
  • 출발 30분 전 물 200ml 추가
  • 출발 20분 전 동적 스트레칭 10분
  • 에너지 젤 7km, 14km 구간 섭취 계획 재확인
  • 페이스 전략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 화장실은 출발 30분 전, 10분 전 두 번

대회 당일 — 21.0975km 구간별 기록

출발선에 섰을 때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했다. 10km 대회 때는 설렘과 긴장이 섞인 두근거림이 있었는데, 하프는 달랐다. 두려움 비슷한 감각이었다. 21km라는 숫자를 몸으로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출발하기 직전에는 확신이 없었다.

⏱ 구간별 페이스 분포
0~7km (전반부 안정 구간)6'15"/km
 
7~14km (목표 페이스 유지)6'30"/km
 
14~18km (고통 구간)6'55"/km
 
18~19km (잠깐 걷기 포함)7'40"/km
 
19~21.1km (마지막 스퍼트)6'10"/km
 
0 ~ 7km · 페이스 6'15"
전반부 — 억제가 훈련이었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가민 알람이 바로 울렸다. 목표 페이스보다 빠르게 나가고 있다는 신호. 주변 러너들이 치고 나가는 걸 보면서 따라가고 싶은 본능이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였다. 훈련에서 배운 것 — 초반 과속이 후반 붕괴를 만든다. 7km까지는 편안했다. 숨이 대화 가능한 수준이었다.
🟢 계획대로 — 자제력이 전략
7 ~ 14km · 페이스 6'30"
중반부 — 리듬을 찾은 구간
7km에서 에너지 젤을 첫 번째로 섭취했다. 달콤한 게 들어가니까 몸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 구간이 21km 중 제일 달리기 좋았다. 피곤하지도 않고, 긴장감도 풀렸고, 리듬이 생겼다. 가민이 훈련 부하가 적정 구간임을 표시했다. 14km 구간에서 두 번째 젤을 섭취했다.
🟡 리듬 구간 — 달리기가 즐거웠다
14 ~ 18km · 페이스 6'55"
벽 — 여기서 하프마라톤이 시작됐다
15km를 넘어서면서 허벅지 앞면이 타기 시작했다. 17km에서 마라톤의 '벽'이라는 게 이런 건지 처음 느꼈다. 몸이 달리기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의지가 몸보다 앞서 있는 상태. 페이스가 자동으로 떨어졌다. 가민을 보니 심박이 176bpm. 억지로 페이스를 올리려 하지 않고 그냥 감당 가능한 속도로 유지했다.
🔴 이 구간이 완주를 가르는 분기점
18 ~ 19km · 페이스 7'40"
잠깐 걷기 — 부끄럽지 않다
18.3km 지점에서 400m를 걸었다. 멈추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상태로 계속 달리면 마지막 스퍼트가 안 나올 것 같아서였다. 전략적 걷기. 걸으면서 호흡을 고르고 심박을 152까지 내렸다. 주변 사람들이 걷는 걸 신경 쓰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자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 전략적 걷기 — 이것도 완주 전략
19 ~ 21.1km · 페이스 6'10"
마지막 2km —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른다
19km 표지판을 보고 다시 달렸다. 2.1km. 계산이 됐다. 평소 이지런 거리다. 다리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페이스가 올라갔다. 피니시 라인이 보이기 시작하자 무언가가 터졌다. 마지막 500m는 지금까지 달린 것 중 제일 빠른 속도로 달렸다. 가민이 2:18:43을 찍었다. 피니시 라인을 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 2:18:43 완주

완주 직후 — 예상 못 한 감정이 왔다

피니시 라인을 넘고 나서 30초 동안 그냥 서 있었다. 완주 메달을 받아서 목에 걸었는데, 무거웠다. 물리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몇 달 전 10km 완주했을 때의 감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됐다' 하는 안도감이었는데, 이번엔 뭔가가 차올랐다.

12주 동안 달린 날들이 순서대로 스쳐 지나갔다. 수면 부족으로 14km에서 멈췄던 날. 18km 롱런을 마치고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날. 새벽 6시 30분에 알람을 끄고 싶었던 모든 날. 그것들을 다 달리고 나서 피니시 라인이 있었다는 걸 그때야 실감했다.

21km는 당일 달린 게 아니었다. 12주 동안 달린 276km 위에 21km가 있었다. 완주 메달은 대회 당일이 아니라 그 12주를 마친 것에 대한 거였다.

— 피니시 라인 앞에서 멈춰 서서 든 생각

내가 저지른 실수들 — 다음엔 안 할 것들

1
8주차에 수면 부족 상태로 롱런 강행했다
배포 작업 후 5시간 수면 상태에서 16km 롱런을 시도하다가 14km에서 포기했습니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장거리 달리기는 훈련 효과도 없고 부상 위험만 높습니다. 수면 6시간 이하이면 롱런은 다음 날로 미루거나 가벼운 이지런으로 대체하는 게 정답이었습니다.
2
에너지 젤을 대회 전에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다
대회 당일 먹은 젤 브랜드를 훈련 중 두 번밖에 써보지 않았습니다. 14km 구간에서 두 번째 젤을 먹고 약간 위장이 불편했는데, 이게 16km 이후 페이스 저하에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젤은 롱런 3~4회 이상에서 미리 검증해야 합니다.
3
테이퍼링 기간을 너무 짧게 잡았다
대회 1주 전에만 거리를 줄였는데, 2주 전부터 줄이는 게 맞았습니다. 다리에 피로가 남아 있는 상태로 대회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하프에서는 2주 테이퍼링을 철저히 지킬 계획입니다.
초반 페이스 억제 — 이건 잘 했다
출발 직후 가민 알람이 울릴 때 페이스를 조절한 게 완주의 핵심이었습니다. 처음 7km를 편안하게 달린 덕분에 18km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프마라톤에서 초반 욕심은 반드시 후반 붕괴로 이어집니다. 초반 2분 느리게 달리면 후반 10분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프마라톤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10km 완주 경험이 있다면 하프마라톤은 도전 가능합니다 단, 10km를 겨우 완주하는 수준이 아니라 꾸준히 달리는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주 3회 이상 달리고 있고 가장 긴 달리기가 7~8km 이상 된다면 12주 준비로 충분합니다. 핵심은 롱런을 매주 빠짐없이 늘리는 것 — 나머지는 거기서 따라옵니다.
⚠️
15km 이상 구간에서 '벽'이 옵니다 — 미리 알고 가세요 하프마라톤에서 15~18km 구간은 어떤 러너에게도 힘든 구간입니다. 이건 체력 부족이 아니라 몸이 한계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이 구간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 멘탈이 달라집니다. "이게 올 거라고 했잖아, 그냥 버티면 돼"라는 생각이 가능해집니다.
🏃
18km 롱런을 마치면 완주 확신이 생깁니다 저는 18km 롱런을 마치고 나서 "이제 3.1km만 더 달리면 하프마라톤이다"라는 계산이 처음으로 실감 있게 됐습니다. 대회 전 최소 16km, 가능하면 18km 롱런을 한 번 완주하세요. 그 경험이 대회 당일 15km 구간에서 버티는 심리적 자산이 됩니다.
🏅 하프마라톤 완주를 위한 핵심 체크리스트
  • 12주 훈련 계획 작성 — 매주 롱런 거리 2km씩 증가
  • 4주, 8주차에 회복 주 반드시 배치 (볼륨 20% 감소)
  • 대회 전 18km 롱런 한 번 이상 완주
  • 에너지 젤 종류와 섭취 타이밍을 롱런에서 3회 이상 테스트
  • 대회 당일 착용할 모든 장비는 훈련에서 충분히 검증
  • 대회 2주 전부터 테이퍼링 시작 — 거리 30% 감소
  • 전날 탄수화물 식사, 수분 충분히, 10시 이전 취침
  • 출발 전 가민 페이스 알람 세팅 — 초반 과속 방지
  • 7km, 14km 구간 에너지 젤 섭취 타이밍 미리 정하기
  • 15km 이후 '벽'이 온다는 걸 알고 출발하기 — 멘탈 준비
  • 전략적 걷기는 실패가 아니라 완주 전략이라는 것 기억하기
  • 완주 후 스트레칭 최소 15분 — 다음 날 회복 속도가 달라짐

하프마라톤을 마치고 나서 달리기를 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10km는 이제 워밍업처럼 느껴지고, 풀마라톤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달리기의 이상한 점이다. 완주할 때마다 다음 거리가 도전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또 등록 버튼을 누르게 된다. 이번엔 풀마라톤 등록 창을 열고 닫기를 세 번 반복했다. 아직은 닫고 있다. 아마 곧 누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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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고민 중이신 분도 환영합니다 — 같이 이야기 나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