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조절을 못해서 항상 중간에 멈추던 나의 흑역사
800m마다 무릎에 손을 짚고 허덕이던 그 시절. 나는 왜 그렇게 매번 실패했을까.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있었다. 분명히 어제도 뛰었고 오늘도 뛰러 나왔는데, 항상 1km를 넘기기 전에 멈추게 됐다. 숨이 너무 차서 더 이상 발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체력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자주 나갔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뛰는 내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폭발할 것 같고, 결국 걷게 됐다. 매번 같은 패턴이었다. 뛰다 → 죽을 것 같다 → 멈춘다 → 자책한다 → 또 뛰다. 무한 반복.
지금 돌아보면 원인은 단 하나였다. 페이스 조절을 몰랐다.

지금도 생생한 흑역사들
왜 그렇게 매번 실패했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한 건 달리기를 시작하고 두 달쯤 지나서였다. 러닝 커뮤니티를 보다가 '초보자는 심폐 기능이 근육 기능보다 훨씬 느리게 발달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때 뭔가 와 닿았다.
내가 항상 멈출 수밖에 없었던 건 체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초반에 너무 빠르게 달려서 심폐가 먼저 한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다리는 아직 버틸 수 있는데 폐가 먼저 항복을 선언하는 패턴. 그게 반복됐던 것이다.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처음 내가 달리던 페이스는 km당 4분 30초 내외였다. 그게 빠른 건지 느린 건지도 몰랐다. 그냥 뛰는 게 뛰는 거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건 훈련받은 아마추어 러너 수준의 페이스였다.
초보자의 유산소 운동 적정 심박수는 최대 심박수의 60~70% 수준이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젖산이 급격히 쌓이면서 금방 한계에 다다른다. 나는 매번 80~90% 수준으로 달렸던 것이다.
전환점이 됐던 그 날
달리기를 시작한 지 7주쯤 됐을 때다. 또 1km도 못 뛰고 멈춰서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 같이 뛰던 지인이 "너 왜 이렇게 빨리 달려?"라고 했다. "이게 빠른 거야?" 되물었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초보자 페이스가 아닌데. 너 지금 대화도 못 하잖아."
그날 처음으로 달리면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억지로 천천히, 짧은 문장이라도 말할 수 있는 속도로. 이상하게 느리고 어색했지만, 처음으로 2km를 멈추지 않고 달렸다. 다리에 힘이 남아 있는 상태로 코스를 마쳤다.
뭔가가 달라진 날이었다.
페이스 조절을 익히고 나서 달라진 것들
- 항상 1km 전에 멈춤
- 달리고 나면 기절하듯 쉬어야 함
- 다음 날 허벅지가 못 움직임
- 달리기가 고통이라는 인식
- 뛰러 나가기 싫어짐
- 5km 이상 완주 가능
- 달리고 나서도 기력이 남음
- 다음 날 근육통이 거의 없음
- 달리는 시간이 생각 정리 시간
- 뛰러 나가는 게 덜 무서움
달리면서 짧은 문장을 스스로 말해보는 것이다. "오늘 날씨 좋다" 같은 말을 중간에 끊기지 않고 할 수 있으면 적정 페이스다. 숨이 차서 한 단어씩밖에 못 뱉는다면 너무 빠른 것이다. 기기 없이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도 가끔 실패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가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다. 오랜만에 뛰러 나간 날이나, 기분이 좋은 날, 음악이 신나게 나올 때. 그럴 때 또 초반에 페이스를 올리게 되고, 2km도 안 가서 속도가 뚝 떨어진다.
예전과 다른 건, 이제 그게 왜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멈추더라도 자책하지 않는다. '아, 오늘 또 빠르게 달렸네. 다음에 조심하자.' 그냥 그걸로 끝이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멈출 때마다 느꼈던 그 창피함과 자책이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었다. 모르면 실패하는 거고, 알면 달라지는 거다. 그게 전부였다.
달리다 자꾸 멈추게 된다면 체력 부족이 아닐 수 있다. 페이스가 너무 빠른 게 원인일 확률이 높다. 불편할 정도로 느리게 달려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멈추지 않고 3km를 완주하는 게 빠르게 달리다 1km에서 멈추는 것보다 훨씬 낫다.
여러분도 초반에 이런 경험이 있으셨나요?
달리다 중간에 멈춰서 당황했던 경험, 혹은 페이스 조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꽤 위로가 됩니다. 여러분의 흑역사도 기다리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