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런(Fun Run) 참가 후기 — 기록보다 즐거움이 우선인 대회
펀런(Fun Run) 참가 후기
기록보다 즐거움이 우선인 대회
처음으로 '완주'보다 '웃음'을 목표로 달린 날의 이야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이 대회 신청을 망설였다. 아직 5km를 끊기 없이 달리는 게 버거운 초보 러너인데, '대회'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압박감이 있었다. 괜히 등록했다가 뒤처지면 어쩌나, 꼴찌 하면 부끄럽지 않을까 —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다 우연히 회사 동료 슬랙 채널에서 공유된 링크 하나를 클릭했다. 컬러런(Color Run) 스타일의 펀런 대회였다. 설명을 읽는데 "기록 측정 없음", "형광 파우더 이벤트", "코스 곳곳에 포토존" 이런 문구들이 줄줄이 나왔다. 아, 이건 뭔가 다르다 싶었다. 결국 2만 8천 원을 결제하고 참가를 확정했다.
기록 부담이 없는 대회라고 해놓고 막상 당일 아침에는 왜 이렇게 긴장이 됐을까. 새벽 6시에 눈이 떠졌다. 대회 출발 시간은 오전 9시였는데. 그냥 누워 있자니 마음이 두근거려서 일어나 커피 한 잔 내리고 루틴처럼 가민 포어러너 255를 충전에 꽂았다. 사실 이날은 페이스 데이터 따윈 볼 필요가 없는 날인데, 그냥 습관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형형색색의 러닝 복장을 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홍색 투투 스커트를 입은 아저씨, 레인보우 색상 레깅스를 신은 커플, 강아지와 함께 나온 가족까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여기는 기록 경쟁의 장이 아니라 축제의 현장이구나.
- 칩 기록 측정, 페이스 의식
- 복장이 대부분 기능성 위주
- 완주 후 빠른 귀가
- 모르는 사람과 대화 거의 없음
- 걷다가 눈치가 보임
- 기록 없음, 페이스 신경 제로
- 투투·코스튬·반짝이 자유로움
- 완주 후 파티처럼 어울림
-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인사
- 걷고 쉬고 사진 찍어도 OK
평소에 Strava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편이다. 페이스가 얼마나 됐는지, 케이던스는 어땠는지, 심박수 존은 어느 구간이 높았는지. 가민 앱이 알림을 보내줄 때마다 거기에 맞춰 달리는 것 같은 느낌? 어느 순간부터 '달리기를 즐기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 적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손목에 시계가 있어도 한 번도 안 봤다. 그냥 달렸다. 사진 찍고, 파우더 맞고, 거품 속에서 발 버둥 치고. 38분이 지나 피니시 라인을 넘을 때, 이게 내가 처음으로 런닝을 진짜 '즐긴' 순간이었구나 싶었다.
"기록을 잊었더니 달리기가 보였다. 옆 사람 얼굴도 보이고, 하늘도 보이고, 웃음도 났다."
— 38분짜리 펀런 완주자의 감상당연히 나갈 거다. 아니, 이미 다음 펀런 일정을 찾고 있다. 신기한 건, 이날 이후로 평일 러닝이 달라진 것 같다는 거다. 전보다 좀 더 느슨하게 달리게 됐다. 페이스가 조금 떨어져도 '뭐, 괜찮아'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할까. 기록은 언제든 잡을 수 있지만 달리기 자체를 싫어하게 되면 끝이니까.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입장에서, 펀런은 초보에게 가장 좋은 첫 번째 대회라고 확신한다. 기록이 없으니 실패도 없고, 완주하면 무조건 성공이다. 그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더 긴 거리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나도 지금 그렇다.
어떤 테마의 대회였는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아직 안 가보셨다면 — 이번 주말 일정 한번 검색해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